쨍쨍하게 빛나며 날카롭게 빛나는 현악부, ‘빠라라라밤!’ 재빠른 악구를 믿을 수 없는 민첩함으로 소화하면서 튼튼히 겹겹의 화음을 포개내는 금관…. “전성기 카라얀이 이끌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인가?”
그들의 음색은 실로 카라얀 시절의 베를린 필을 닮았다. 그러나 아니다. 놀라운 음향과 합주력을 자랑하는 이 음반은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것. 1996년 유명 음반레이블 필립스 소속으로 옮긴 이후 그라머폰 상, 디아파종 상 등을 휩쓸며 세계 오케스트라 계의 ‘젊은 바람’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BFO가 창단된 것은 공산당 치하였던 1983년. 창립자이자 현 음악감독인 이반 피셔(50)는 명 지휘 교사 한스 스바로프스키 아래 빈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각광받는 젊은 지휘자로 20대를 보냈지만, 수많은 유명 음악가들을 배출했으면서도 세계 1급의 교향악단이 없는 고국의 현실이 항상 못마땅했다. “헝가리는 음악적으로 말해, 엄청난 기름이 숨겨져 있으면서도 아무도 시추를 해보지 않은 땅과 같았다.”
부다페스트 시의 관리들을 설득해 젊은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다. 새 악단이 창단되었다는 소식은 떠들썩했지만 시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창단 콘서트를 열지 않았기 때문. 피셔는 ‘연습 연습 연습!’을 악단의 모토로 정했다. 일년에 네 번만 정기 연주회를 갖고 나머지는 연습에만 온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었다.
뚜껑이 열리자, 믿을 수 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잘츠부르크, 빈, 루체른 등지의 음악축제에서 초청이 쏟아졌다. 악단이 세계적 뉴스거리가 된 것은 1996년 바르토크의 ‘이상한 중국관리’로 ‘클래식의 아카데미상’인 그라머폰 상을 수상하면서. 그 뒤 헝가리출신 작곡가인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이웃나라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등 손대는 작품마다 찬사가 넘쳤다.
새로 선보이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은 특히 ‘백만 인이 선호하는’ 대중적 레퍼토리라는 점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간다. 여기서도 예의 빈틈없이 짜여진 철통같은 앙상블은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 정도다. 게다가 공들여 연출된 밝고 상큼한 음향이 이 음반을 앞선 앨범들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상쾌하고 가벼운 울림은 산들바람 같은 목관 뿐 아니라, 화음의 아랫부분을 든든히 지탱하는 첼로와 더블베이스도 마찬가지다. 살짝 들어올린 듯 가벼워, 피셔 음악의 특징인 예리한 리듬감각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레코드평론가 박진용)
이달 9일경 발매예정.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