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개헌문건 파문]또 터진 문건…요란한 '의혹' 공방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41분


조선일보가 민주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이 작성자라고 밝히고 보도한 이른바 ‘개헌문건’이 정치권에 또 다시 개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은 문건 내용이 실제 추진되고 있는 여권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와 똑같다고 주장한 반면, 당사자인 박 의원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주장〓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과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우리 당이 경고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작년 10월 여야 영수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남북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고, 지난달 민주당 외곽 연구소의 심포지엄에선 통일헌법 논의가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헌법을 개정하고 국체까지 바꾸는 문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총무는 “적어도 남북문제에 관해선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김 대통령이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지 않으면 국회가 원만히 진행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이번 문건 내용은 일부 인사의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여권 핵심부에서 기본 전략으로 채택돼 이미 진행 단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현 정권의 음흉한 개헌 마각이 드디어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체통 없이 여러 차례 김정일(金正日) 답방을 간청한 것도 오로지 정권을 재창출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 반박〓박 의원은 “내가 올 들어 작성한 문건은 3월에 만든 ‘2002년 대통령 단체장 지방의원 후보선출 방안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14쪽짜리 문건 하나뿐이며 거기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관한 언급이 일절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작성한 문건엔 조선일보측이 보도한 것처럼 2쪽에 ‘향후 정치일정’이라는 항목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조선일보 기자가 보도된 문건의 표지만 내게 보여줬는데, 그 제목부터가 ‘02년, 대통령후보 선출관련 문제점 및 검토’라고 다르게 돼 있다”며 “또한 내가 만든 문건엔 작성자가 ‘새청년 민주당 총재특보(特補)’로 돼있는데, 조선일보가 보도한 문건의 작성자는 ‘총재특보(特保)’로 잘못 표기돼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직자들도 보도된 문건에 찍혀 있는 ‘confidential’(비밀)이라는 표현을 가리키며 “도대체 우리 당에서 문건에 ‘confidential’이라고 찍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문건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창혁·송인수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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