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자민련 '선택적 공조' 의미]대선정국 '독자노선' 포석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원내총무가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언한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공조’는 자민련이 그동안 틈틈이 언급해온 ‘자기 색깔 내기’와는 그 강도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JP의 진의〓이 총무는 이날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를 ‘독대’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따라서 이 총무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JP의 의중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무가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공조 사유로 언급한 ‘나라가 어렵고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은 요즘 JP의 어법과 일치한다.

한 당직자는 “언론탄압 공방이 끊이지 않는 언론사조사문제와 나라의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대북정책, 그리고 이로 인한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분열상에 대해 JP가 숙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이 총무 자신이 DJP 공조의 틀을 깰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한 현실적인 해석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공조 방침은 ‘국회법 개정안의 조속 처리를 위한 전술’이라는 얘기나 ‘JP 여권단일후보 관철을 위한 대(對) 민주당 압박용’이라는 얘기 등이 그것이다. 자민련과 의논도 없이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한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이 총무의 발언엔 자민련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도 부분적으로 정책 공조를 추진하면서 이를 지렛대 삼아 공동여당 내에서 당의 독자성과 영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대비하기 위한 계산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문제와 남북문제〓이 총무가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공조 사항으로 예시한 것 중 언론 사 국정조사 문제에 대해 자민련은 이미 한나라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왔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증인 채택 문제를 비롯해 한나라당과 공조할 수 있는 대목이 몇 가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자민련은 또 금강산관광 지원을 포함한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퍼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던 만큼 관련 상임위 등을 통해 보수층의 우려를 적극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반응〓한나라당은 이 총무의 발언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민주당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면서 진의 파악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좋은 소리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자민련과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며 사전교감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어떤 정당이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발언으로 본다며 “하지만 자민련은 15대 국회 말에도 선택적 공조를 하자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우리 당 이상수(李相洙) 총무의 발언(‘JP 대선후보’ 배제론)이 적절치 못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반작용인지, 아니면 보다 깊은 정치적 의미가 내포된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며 “우선 진의가 뭔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이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자민련이 최근 ‘JP 대망론’을 열심히 띄우고 있는 것과 맥락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철·박성원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