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어머니께 신장 떼어준 김문희양 "드릴 건 이것밖에…"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32분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준 김문희양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준 김문희양
전남 장흥군 장흥실고 1년 김문희(金文姬·16)양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일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신장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혜자는 수년 전부터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위선경(魏仙京·39·여·전남장흥군 장흥읍)씨.

“아빠는 당뇨로 고생하시고 남동생은 청각장애인인데 엄마마저 병석에 누워 계신 게 너무나 안쓰러워 엄마에게 제 한쪽 신장을 드렸어요.”

약으로 버텨오다 복막투석마저 한계에 달해 당장 신장을 이식받아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김양은 자신의 장기를 내놓았지만 그 자신도 환자나 다름없다.

선천성 심장질환인 심방중격결손증을 앓아오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다 2년 전 수술을 받았던 김양은 지금도 운동을 하면 숨이 차오르는 등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

당초 김양이 어머니가 입원한 조선대병원측에 자신의 신장을 떼어줄 것을 부탁했을 때 병원측은 나이가 어리고 수술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지만 김양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꼭 잡으며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하지만 평생 동안 엄마 몸 속에 ‘내’가 자리할 수 있다는 게 기뻐요.”

18일 퇴원한 김양은 장기이식 무균실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버지와 그동안 혼자 집을 지킨 남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

개인택시운전사인 김양의 아버지 김유후(金裕厚·42)씨는 좀처럼 치유가 어렵다는 당뇨병환자다. 병원약과 식이요법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지만 합병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야간운전은 하지 못한다.

김씨는 최근 고심 끝에 개인택시를 매물로 내놓았다. 야간운행을 못해 수입이 적은데다 당장 아내의 수술비 2000여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살림밑천인 개인택시를 팔기로 한 것.

김양의 남동생 공의(恭義·14)군은 두살 때 청각을 잃은 장애인. 말을 알아듣지 못해 자폐증까지 얻은 공의군과 몸이 불편한 위씨 때문에 김양 가족은 마음놓고 나들이 한번 가지 못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빨리 완쾌되고 동생도 환한 미소를 되찾으면 가족끼리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요.” 장래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김양의 작은 소망이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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