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4집 낸 김현정 "춤만 잘 추나 노랜 더 잘해"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9분


가수 김현정(23)은 1998년 ‘그녀와의 이별’로 데뷔한 이래 숨가쁘게 정상을 달려왔다. 3집 ‘멍’까지 히트곡이 잇따랐고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댄스 가수’로 분류되지만 댄스 가수 외에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는 최근 발표한 4집 ‘와일드 뷰티’를 통해 자신의 이같은 갈증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이번 새 음반에서는 제가 음악과 소리를 앞세우는 가수임을 웅변하고 싶었어요.”

타이틀곡 ‘떠난 너’는 뉴에이지 음악을 토대로 하고 있다. 노래 전반부의 싸늘한 대목은 이전의 김현정과 거리가 멀다. 주위에서 지나친 모험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는 “이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며 버텼다”고 털어 놓는다. 물론 그는 후반부에 활화산 같은 파워 댄스를 배치해 모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도 했다.

이 노래는 난해한 전반부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후반부의 통속적 가사로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초 인기 작사가들에게 노래 가사를 부탁했으나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애가 탄 김현정이 문득 3분만에 휘갈겼는데 녹음 엔지니어인 김국현씨가 “좋다”고 맞장구치면서 ‘오케이’ 사인이 났다.

김현정이 직접 쓴 이 노래의 가사는 임주리의 트로트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일부인 ‘속절없는 사랑아’로 시작한다. 뉴에이지와 통속성을 접목시킨 의외성이 흥미를 주는 한편, 김현정의 흥행 감각을 엿보게 한다.

그는 “뉴에이지라면 환경문제, 동성애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허를 찌르려고 했다”며 “이 노래가 안 떴다면 그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쓸 뻔 했다”며 웃었다. 새 음반은 현재 한 달만에 20만장을 넘기며 히트 반열에 올라섰다.

새 음반에는 그의 변화를 보여주는 노래들이 여러 곡 있다. 가수 이승환이 작사 작곡한 ‘프로페셔널’은 작위적이고 음산한 분위기이고, ‘내 맘’은 고혹적이고 부드럽다. ‘싱잉 스타’는 여자 김조한의 노래라는 평도 듣는다. 물론 노래 중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목도 있으나 김현정은 “이제 길을 텄을 뿐”이라며 담담해 한다.

인터뷰 말미 이젠 잠잠해진 스캔들에 관해 물어봤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잖아요. 시집 잘 가야 하는데 이상한 소문나면 어떻게 해요.”

그는 이 달말 홍콩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거짓말처럼’의 본격 홍보에 들어간다. 그는 한 무명가수가 스타로 떠오르기까지 과정을 담은 만화 ‘T.R.Y’(그림 박무직)에서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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