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만주/양로보험제 국민합의 거쳐야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사람이 질병이나 노령화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면 육체적 수발, 영양섭취에 대한 수발, 거동에 대한 수발 등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개호(介護)의 욕구와 필요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개호의 목적은 사회적 연대의식으로 개인이 자조와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개호의 본질도 인간다움의 추구와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그 증가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개호의 필요성이 정책 당면과제로 등장했다. 선진 외국은 일찍부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또는 법적인 측면에서 개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개호서비스의 내용 및 비용에 대한 법적, 재정적 대응 등을 모색하여 왔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노인의 수발, 간호 등을 거의 가족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개호는 반복성, 지속성, 개별성, 전문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가족 내의 문제만으로 방치해서는 안되며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개호보장 시스템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양로보험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사회보장기여금이 증가하여 국민부담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로보험제도를 도입하려면 국민의 합의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로보험의 내용에 있어서도 수급 대상자의 범위, 건강보험과 연결된 강제보험으로서의 운영문제, 피개호자의 의사에 따른 개호서비스의 내용 결정, 가족의 수발을 우선시하는 개호정책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생활보호제도, 의료보험제도 등 관련 제도의 조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국내 실정에 맞는 개호보장시스템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노령화나 장애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생활의 고통으로 결국 삶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개호 문제를 기본적인 인권 문제로 파악하여 사회적 개호보장 체계를 신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만주(강원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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