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수호천사' 터프가이 김민종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일주일 스케줄요? 드라마에 4일, 영화에 3일을 투자하고 밤에 시간이 나면 7집 음반을 녹음해요. 힘들지 않느냐고요? 7개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놀아서 그런지 아직 괜찮습니다. 하하!”

SBS 미니시리즈 ‘수호천사’(수목 밤 9·55)에서 하태웅 역으로 출연 중인 김민종(31)은 요즘 흥이 난다. 그가 맡은 역할은 술집 웨이터로 바닥생활을 전전하다 운좋게 음료회사 경영인으로 변신하는 터프가이.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즐겁다. ‘수호천사’의 시청률은 4회만에 22.4%를 기록(AC 닐슨 집계)하며 같은 시간대의 경쟁 프로인 KBS 2TV ‘명성황후’(25.9%)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청담동 카페와 PC방, 한강 둔치를 돌며 ‘수호천사’ 8회분 촬영에 여념이 없는 김민종을 만났다.

▽수호천사 까치〓“하태웅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부드러운 이상적인 남자입니다. 그는 음료회사 회장(이순재)의 숨겨진 아들로 이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강세현(윤다훈)과 맞대결을 펼칩니다. 또 언니의 딸을 키우는 지고지순한 여인 정다소(송혜교)와 비서실 홍지수(김민)와 삼각관계를 벌이죠. 결과요? 아직 몰라요.”

당초 영화에 전념하려 했던 김민종은 ‘수호천사’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이건 내 꺼’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태웅이라는 배역이 어릴 적 즐겨봤던 이현세의 만화 주인공 까치처럼 고독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여서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

촬영장에서 만난 송혜교는 “이번 드라마에 같이 출연하면서 민종 오빠를 처음 접했는데도 호흡이 잘 맞는다”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장점을 가진 선배”라고 말했다.

‘수호천사’의 김영섭 PD는 김민종에 대해 “‘진짜 양아치 출신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맛있는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고 칭찬한다.

▽냉혈한 형사〓김민종은 연말 개봉 예정인 영화 ‘이것이 법이다’(감독 민병진)에서 냉혈한 표형사 역을 맡고 있다. 현재 30% 정도 촬영이 진행된 이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그는 “일정이 부담되긴 하지만 하태웅과는 상반된 성격의 인물이어서 연기하기가 오히려 재미있다”고 말한다.

▽브라이언 애덤스 같은 가수〓김민종의 욕심은 연기에 머물지 않는다. 손지창과 함께 한 듀엣 ‘블루’ 시절을 포함해 총 10장의 음반을 발표했던 그는 현재 새 음반을 녹음 중이다. 그는 9월말 발매할 이 음반에 노래 2곡을 직접 작사했다. 이 음반 작업에는 조규만 이경섭 황세준 등 인기 작곡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록발라드 위주의 음악이었다면 이번에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요. 록과 팝을 섞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부드러운 저음에서 거칠게 내 지르는 샤우트 창법이 독특하다고 했더니 김민종은 “사실 인기 록가수 브라이언 애덤스의 창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이 노래까지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분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는 게 그의 답변. 아직 100% 만족하는 분야가 없어서 여러 분야를 동시에 시도하는 걸로 봐달라고 했다.

▽수입은 얼마나 될까?〓그는 지난해 유니버설 뮤직과 음반 2장을 발매하는 조건으로 12억 원에 계약했다. 드라마에서 특 A급 수준인 김민종은 16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면 회당 수 백 만원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편당 1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대 소득’을 올리는 그이지만 ‘씀씀이는 소탈하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얘기. 그는 술값 외에 모든 수입을 어머니께 드린다고 한다.

▽애주가 그리고 아픈 사랑〓김민종은 술 없이 못사는 ‘애주가’. 최근에는 촬영에 쫓겨 술자리가 뜸해졌지만 시간만 나면 지인들과 포장마차로 향한다. ‘수호천사’의 윤다훈 김보성, 그리고 데뷔시절부터 호형호제하는 영화배우 이경영이 술 친구.

“아침 일곱시부터 새벽까지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간단히 한잔 마시죠. 다음 날 일이 있으니까 예전처럼 많이는 못해요. 그래도 포장마차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저에겐 무척 소중합니다.”

지나가는 말로 사랑하던 사람(이승연)과 헤어져 힘들지 않느냐고 하자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했다.

▽10년 뒤의 모습?〓김민종은 확고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아마 마흔 살이면 영화 제작자가 돼 있을 거예요. 사실 우리 아버지가 영화 세 편을 제작했다가 쫄닥 망했거든요. 아들이 소원 한번 풀어 드려야죠.”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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