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김민기 번안, 연출의 ‘지하철 1호선’은 여러 면에서 주목되는 공연이다. 10년 간 공연된 200여 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을 벗어나 중극장(1000여 석)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나, 70,80년대 저항문화의 상징이었던 김민기가 강남 관객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이 작품은 임신한 상태에서 청량리 588에 산다는 배속 아이의 아버지 ‘제비’를 찾는 조선족 선녀(이미옥)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바라본다.
대학강사, 복부인, 가출소녀, 잡상인 등 선녀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인간 군상은 다름 아닌 우리 시대의 얼굴이다. 1인 다역의 배우들은 수시로 배역을 바꿔가며 연기와 노래를 통해 이 특별한 도시를 ‘거대한 독버섯’으로 고발한다.
노래에서 뮤지컬로 형식은 달라졌지만 부의 불평등, 환경오염, 투기, 무관심 등으로 썩어 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김민기의 날카로운 풍자와 그래도 버릴 수 없는 희망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1부 가운데 ‘산다는 게 좋구나, 아가야’ 등의 노래가 들어있는 7장 ‘포장마차’는 노점상과 단속반의 싸움이 불가피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절망과 희망을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2부 하이라이트는 청량리에서 몸을 파는 ‘걸레’(방주란)가 들려주는 ‘울 때마저도 아름다운 너’. 걸레 역으로 이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한 그는 소름끼치는 가창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속에서 출연자들의 ‘역할’이 비슷해 주인공과 조역이 거의 구분되지 않는 점이다.
이같은 ‘평등주의’는 보는 이에 따라 이 작품의 장점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예정돼 있는 중국 베이징(10월), 일본 도쿄(11월)의 초청 공연 등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자신과 감정을 교류할 주인공이 없어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인상을 줄 공산이 크다.
또한 여러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이따금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작은 움직임이 많아 이전보다 객석이 훨씬 멀어진 중극장에서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지하철 1호선’ 공연일정〓9월9일까지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3시반 7시반. 입장료 1만5000∼4만5000원. 02-2005-0114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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