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는 임 장관이 현시점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고 본다. 임 장관이 그동안 현정권의 대북(對北)정책 조율사로 해 온 역할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햇볕정책은 6·15남북공동선언 등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임 장관은 이 같은 현상이 생기게 된 데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이번 ‘8·15민족통일대축전’의 파문만 하더라도 그렇다. 통일부측은 남측대표단을 북한에 보내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절차에는 엄청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적단체로 판결이 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소속 인사 등이 위장을 해 방북허가를 받아냈는가 하면 공안당국은 이들의 방북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는데도 통일부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한에서 온 팩스 한 장을 믿고 행사 바로 전날 부랴부랴 남측대표단의 방북을 허가한 것도 통일부다. 결과적으로 통일부가 북측 의도에 말려든 셈이 됐다. 그 통일부를 이끌고 있는 임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미 본란이 밝혔듯이 이제 햇볕정책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투명성을 의심받아 국민적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의도적으로 공론화과정을 생략하는 등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은 마치 통일을 바라지 않는 냉전 수구세력의 상투적 행위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생기고 남남갈등이 격화된 것이다.
그 같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임 장관이 지금 물러나는 것은 시기적으로 봐도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점검하고 새롭게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는 이념적 혼란이 극심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 ‘8·15축전’의 ‘충격’과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 책임 소재는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 장관은 그 자리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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