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의미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시효(時效)를 따지지 않고 인정한데 있다. 재판부는 ‘일본이 강제취로를 시켰다면 안전하게 한국에 돌려보내는 것이 법률조리상 당연한 것’이라면서 당시 승선자와 국가(일본)간에 여객운송 계약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일본의 안전의무 불이행 인정은 비슷한 여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결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이 보인다. 첫째, 언뜻 보면 강제징용자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개인 배상 거부를 뒤엎은 듯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번 판결도 일본의 배상책임은 65년 한일기본협약으로 인해 소멸되었다고 전제,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얼버무린 데 그 한계가 있다. 전후 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 것이다.
둘째,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사죄가 필요 없다고 했다. 당시 일본측이 일부러 배를 폭침시킨 것이라고 피해자들이 제소한 것과는 너무 거리가 먼 판결이다. 셋째, 위자료나마 생존자에게만 주고 나머지 사망자나 유족에 대해서는 기각해 버린 문제가 있다. 승선자 명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를 들지만 이것은 시늉만의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배의 폭발과 침몰 진상을 덮어놓은 채 내린 판결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군이 부설한 기뢰가 침몰 원인이라고 하나 원고측은 생생한 증언과 각종 기록을 제시하며 일본 당국의 고의 폭침을 주장하므로 그 진실을 가려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진상 규명을 외면한 채 어정쩡한 위자료 처리로 결론 내리고 말았다.
이번 교토지법의 일부 승소도 그나마 2심에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98년 한국인 군위안부가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가 났지만 3월 2심에서 뒤집힌 예가 있다. 일본 스스로가 일으킨 전쟁으로 이웃나라와 타국민에게 심대한 해를 입히고도 50년이 넘도록 그 책임을 얼버무리고 배상을 거부하는 점을 새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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