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창업, 한때 재계 '현금왕'…단사천 해성그룹회장 별세

  • 입력 2001년 8월 26일 23시 27분


한국제지 해성산업 등 5개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해성그룹 단사천(段泗川·사진) 회장이 2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황해도 해주 출신인 고인은 18세 때 단신으로 월남한 뒤 23세 때 해성직물을 설립해 사업에 뛰어든 ‘창업 1세대’ 기업인.

현재 해성그룹은 한국제지 해성산업 외에 계양전기 한국패키지 우영엔지니어링 등 모두 5개 계열사가 있으며 임직원 수는 1300여명.

특히 단 회장은 재계에서 ‘현금왕’으로 유명했다. ‘현금동원 능력’이 뛰어나 과거 한때는 내로라 하는 재벌들도 급전이 필요할 때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외에 부동산도 많아 1970년대에는 개인종합소득세 랭킹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非)제도권 금융시장에서도 그의 이름은 유명했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창업 1세대’답게 그의 경영스타일은 신중하고 꽤 보수적이었다고 주변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현금왕’ 답지 않게 평소 생활은 매우 검소했지만 필요할 때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해성문화재단과 해성학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관심을 가졌고 올 봄까지 휠체어에 의지해 교회에 나갈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춘순(金春順)씨와 단재완(段宰完) 해성산업 회장 등 1남 8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중앙병원이며 발인은 29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 장흥 선영. 02-3010-2270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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