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목 시청률 1위를 지키던 KBS 2TV 의 ‘명성황후’가 드디어 SBS의 ‘수호 천사’에게 추월을 당했기에 하는 얘기다. 지난 주 목요일,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명성황후’는 25. 1%를 기록한데 비해 ‘수호 천사’는 28.7%의 시청률을 기록해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같은 날 TNS 미디어 코리아의 조사에서도 ‘수호천사’가 ‘명성황후’를 23. 8% 대 23. 1% 로 앞선 걸로 나타났다.
한 자리수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미니시리즈 ‘로펌’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시작부터 19. 8% 라는 높은 시청률을 보여줬던 ‘수호천사’가 결국 8회만에 ‘명성황후’ 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수호천사’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전공했다는 김영섭PD의 깔끔한 연출력, ‘미스터 Q’와 ‘토마토‘를 집필했던 이희명 작가의 흥행감각 물씬한 대본, 주당 3인방 윤다훈 김보성 김민종 트리오의 호흡일치, 천사표 송혜교와 잘난 여자 김민 등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를 살려낸 여성연기자의 연기 등등.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주연 연기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이별의 아픔을 겪었던 김민종은 조만간 새 음반을 발표하고 이 작품의 인기를 음반 홍보로까지 밀어붙일 기세고, ‘호텔리어’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송혜교는 전매특허인 눈물 연기로 다시 한 번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태세다.
코믹 영화인 ‘백만 송이의 장미’ 주인공에 캐스팅 되었다가 이 드라마 출연 때문에 잘리는(?) 아픔을 감수했던 윤다훈은 나름대로 변신에 성공했고, KBS 미니시리즈 ‘쿨’ 의 끈질긴 섭외를 거절하고 이 작품에 합류한 김민의 선택 역시 후회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미니시리즈의 왕국이라는 자존심을 지켜왔던 MBC는 전작인 ‘네 자매 이야기’의 참패에 이어 새로 시작한 ‘반달곰 내 사랑’ 역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어 장기적인 부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들 작품은 모두 MBC 가 자랑하는 간판급 PD들의 작품이어서 더욱 충격이 크다. 11월에는 역시 유명연출자인 이창순PD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지만 김승우 김혜수 정준호 등 물망에 오른 배우들의 캐스팅이 순조롭지 않아 벌써부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타 방송사에 출연할 때는 별도의 출연료를 고집하던 스타들도 MBC 드라마에서만은 정가의 출연료를 받고도 감지덕지할 정도로 콧대 높기로 소문났던 ‘드라마왕국’의 명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MBC가 정말 신경써야할 것은 시청률이란 숫자놀음이 아니다. 초조하다고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왕국’다운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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