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에서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을 보고 느낄 법한 첫인상이다. 90년대 후반까지 헐렁한 세미힙합 청바지가 유행했지만 최근엔 조금 달라졌다. 희끄무레하게 탈색돼 너절한 이미지를 주는 이른바 ‘더티진’, 허리 벨트선과 가랑이 사이의 길이가 짧아진 ‘미디진(Midi-Jean)’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미디진은 다른 진과 달리 몸에 좀더 달라붙어 체형을 드러나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서울 코엑스몰 근처에서 미디진을 입은 몇몇 젊은이들을 만났다. 한결같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섹시해 보인다”는 이유를 댄다. 미디진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이너웨어인 트렁크팬티의 허리선을 의도적으로 바깥으로 노출시킨 경우도 있었다. 더티진을 입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더러워져도 ‘절대로’ 빨지 않고 입는 것이 더티진의 묘미다. 남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히피’들처럼 여유로워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상과 달리 청바지의 유행은 세계적으로 시차를 두지 않는다. 유명 청바지 브랜드들이 대부분 시차를 두지 않고 세계시장에 한꺼번에 물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더티진은 지금 일본 유럽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원래는 1900년대 초반 미국의 공장근로자들이 기름에 찌든 청바지를 입고 다닌 것에서 유래됐다. 요즘은 특수가공처리로 기름때가 묻은 듯한 색상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때가 묻고 빛이 바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특히 허벅지 부분이 하얗게 처리되면 ‘씻김 효과’가 있어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장점도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서는 미디진의 유행을 빗대 “패션이 중력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한 청바지 디자이너의 말을 인용해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뒷모습 풍경은 ‘새로운 계곡패션(New Cleavage)’”이라고 전했다. 허리선이 갈수록 밑으로 내려와 청바지를 입는 사람들의 ‘엉덩이 분할선’이 일부 노출될 지경이라는 것. 원래 ‘클리비지 룩’은 가슴선이 노출되는 패션을 의미했다.
패션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더티진의 인기는 복고풍 유행과 관련이 있고 미디진은 갈수록 사람들의 몸매가 날씬함을 추구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80년대 후반 지금의 30대들이 학창시절 즐겨 입던 ‘스노진(눈무늬가 얼룩덜룩 들어간 스타일)’에 대한 향수가 더티진의 구매욕을 자극했다는 것. 또 ‘다이어트 붐’으로 인해 날씬한 허리를 가진 사람들이 더욱 섹시한 몸매를 과시하고 싶어했고, 실제로 미디진이 일정부분 그 역할을 수행했다고 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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