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오벨리스크’의 모델하우스 정문 앞. 서너 살배기 어린이를 들쳐업은 주부를 포함한 5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틀 뒤의 선착순 청약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선착순 분양 때 앞자리를 차지하면 손쉽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선착순 때 청약에 유리한 자리에는 수백만원대의 자릿세가 붙기도 한다. 일부에선 선착순 때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폭력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음에도 업체들이 선착순 분양을 고집하는 이유는 청약자를 모델하우스 앞에 세워둠으로써 분양열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홍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업체들의 거품 열기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대표적인 예가 갤러리아 팰리스의 경우. 청약금(공개청약금 포함)만 4200억원 가량 모이고, 청약경쟁률도 49대 1에 달할 정도였다.
또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뒤 컴퓨터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는 일반아파트와는 달리 주상복합아파트는 공급방식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도 선착순 청약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가 허용돼 선착순 청약자가 계약 직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선착순 분양된 오피스텔 ‘대우디오빌’의 경우 계약 직후에 주인이 절반 가량 바뀌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張成洙) 기획조정실장은 이와 관련,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신을 얻게 돼 주택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며 “업체들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서둘러 공급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소비자들이 선착순 청약 접수 열기에 휩쓸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전망이 좋은 아파트는 대부분 공개추첨을 통해 팔거나 고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판매되므로 선착순 공급에서 알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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