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성 반성하는 추세
그런데 그림으로 그려진 예수만 그런가? 사상이나 이론에 그려진 예수의 상은 어떤가?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종교는 ‘예수 자신의 가르침’인가 아니면 ‘예수에 관한 서구 신학자들의 가르침’인가? 우리가 지금 따르고자 하는 것은 ‘예수의 말씀’인가 ‘예수를 대리한 교회의 말씀’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현재 서구의 신학자들도 종래까지의 관점이 너무도 배타적이고 정복주의적 시각에 입각해서 형성된 것임을 반성하고 예수가 가르친 원래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더욱이 동양인의 입장에서는 예수를 파란 눈에 금발머리를 한 백인의 모습과 동일시하던 그 순진성에 의문을 던져보는 일은 하등의 죄 될 것이 없다.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오강남 교수는 ‘예수는 없다’(현암사, 2001)에서, 종교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과 독선을 꼬집는다. 종교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항상 주위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인데, 어느 하나의 관점만을 고집하며 순수와 정통을 고집한다면 이는 독선이라는 것이다.
근본주의-정통파 비판
어떤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입장에 의해 만들어진 교리에 입각해서, 자신이 신봉하는 관점만을 진리라고 여기고 여기에 맞지 않는 관점은 이단이라고 배척해 버리는 태도는 영적 오만과 신학적 무지라는 것이다. 자기들만 진짜 순수한 진리를 신봉한다고 하는 정통파일수록 이런 오만과 독선은 더 심하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오만과 독선을 가진 사람이 너무도 많다. 자기가 채택한 믿음만을 진리라고 옹고집하는 근본주의자들은 비단 종교의 영역에서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직도 가정의 중심은 남성이어야 한다고 믿는 남성 근본주의자, 아직도 냉전시대의 논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념 근본주의자, 세상은 오직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시장 근본주의자 등 수많은 근본주의자가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열린 사회가 되려면 이러한 근본주의적 독선부터 청산돼야 할 것이다.
이승환(고려대 교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