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및 언어장애인이지만 뛰어난 총 솜씨를 타고난 청부살인업자 콩. 그에게 친구라고는 역시 청부살인업자인 조와 조의 애인인 아움 뿐이다. 그러나 조와 아움은 갱들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콩은 홀로 복수에 나선다. 여기에 청순한 약사 폰과 콩의 슬픈 사랑도 곁들여진다.
줄거리는 다소 신파적이지만, 어차피 이 영화의 미덕은 줄거리가 아닌 화려한 스타일에 있다. 감독과 각본, 편집을 공동 작업한 쌍둥이 형제 옥시드와 대니 팽 감독은 독특한 영상을 보여준다.
첫 장면인 화장실 살인 모습은 흡사 감시 카메라에 찍힌 화면처럼 위에서 내려다 본 각도로 촬영해 흑백 영상에 담아냈다. 화장실 바닥 타일 위로 피가 흘러가는 도입부는 검은 색으로 표현된 피가 새빨간 선혈이 낭자한 컬러 화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흑백에 가까운 푸른 톤의 기본 색조는 음울한 분위기를,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는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최대한 대사를 절제한 대신 굉음에 가까운 음악이 영화 내내 귀를 때린다. 방콕 환락가, 나이트클럽, 킥복싱경기 등의 모습이 빠른 편집으로 흡사 뮤직비디오처럼 펼쳐진다.
어느 순간 요란한 음악이 멈춰지고 정적 속에서 화자(話者)의 입 모양만 보여줌으로써 ‘침묵의 세계’에 사는 콩의 시점으로 돌아서는 등 멋진 이미지와 기교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들이 현란하다 못해 ‘과잉’으로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18세 이상 관람 가.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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