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전략가는 고민중…"증시 투자전략? 할말없음!"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최근 증권가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들이 고민에 빠졌다.

주가지수를 예측하고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게 임무인 이들은 미국 테러 사건 이후 2주가 지난 요즘 “도대체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상태다.

▽지지선 예측이 어렵다〓지수 하락세가 어느 선에서 멈출 것인지를 예측하는 ‘지지선’ 예상이 어려워졌다.

지지선 예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4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미국의 테러, 전쟁 임박 등 현재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할 과거’가 없는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개설 이후 지수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아예 비교할 과거가 전무하다.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최근 “지수 450선의 지지를 기대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지지선 예측이 어려우니 보수적 자세를 견지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하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할말이 없다〓시장의 변수는 단 하나, ‘전쟁’뿐이다. 테러 발발 이후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줄곧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며 전쟁 양상에 따른 국내 증시 반응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쟁 준비 기간이 의외로 길어지면서 더 이상 보고서에 쓸 ‘새로운 내용’이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미 12일 이후 10여일에 걸쳐 전쟁에 관한 분석은 다 발표한 상태이기 때문.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업데이트(update)된’ 전쟁의 영향 분석 △테러 이후 국내 증시 ‘총정리’ 등의 제목으로 이미 나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손해가 너무 컸다〓지수가 너무 떨어져 지금 상황에서 손절매를 조언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확정지으세요”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충고를 받아들일 투자자도 많지 않다. 게다가 모든 스트래티지스트들이 공감하듯 증시 주변은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증권사의 한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의 손해가 너무 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투자 전략을 조언해 줄 분위기가 아니다. 심지어 무엇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전략인지 나부터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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