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인륜적인 테러행위를 근절하는 연대에 동참하는 것은 군사동맹으로 맺어진 한미(韓美)간의 특수 관계라는 측면 이외에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한국이 올해 유엔총회 의장국으로서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입장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문제는 지원의 범위와 한계다. 이번에 대체적인 골격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국제적 상황과 우리의 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수준이 돼야 한다. 전폭적인 대미 지원이 앞으로 우리의 중동 외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지원 수위를 결정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지원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더 가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전투병력 파병 문제다. 김하중(金夏中)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전투 상황과 국제적 동향, 미국의 요청 수준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해 앞으로 언제라도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전투병력 파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군 일각에서는 첨단 무기의 경연장이 될 이번 전쟁에 우리 전투요원도 참여함으로써 야전 경험을 쌓는 등 유익한 점이 많다고 보는 듯하지만, 이 문제는 국민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전쟁이 전선(戰線)과 적이 불투명한 새로운 전쟁 유형이 될 것이라는 점,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에서 전투병력 파병은 득보다는 실이 많으리라는 게 우리의 일차적인 판단이다.
이번 반테러전쟁이 도덕적으로 명분 있는 것이라고는 해도 전쟁이란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인 측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수많은 아프간 난민의 비참한 현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테러사태 이후 국제 사회에서도 ‘신중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만큼 정부도 명분과 국익을 잘 조화시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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