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수원 경기 관중무료입장의 진실

  • 입력 2001년 9월 25일 10시 49분


지난 일요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 삼성과 부천 SK의 경기가 벌어졌다. 하루가 지나면 선두가 바뀌는 전대미문의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있는 수원과, 최윤겸 감독체제 이후 무패가도를 달리며 상위권으로 쳐 올라오고 있는 부천과의 경기는, 비록 1:1 무승부가 되었지만 90분 내내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수원월드컵운동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에서는 시범발매를 개시한 스포츠 토토와 "I LOVE SOCCER" 캠페인, 그리고 연예인 축구대회 등이 펼쳐져 가을 오후의 멋진 축구축제가 벌어졌다. 멋진 경기와 축구팬들의 정신을 빼어 놓을만한 다채로운 행사, 그리고 '이는 월드컵경기장 준공 및 수원 삼성의 홈구장 사용을 자축하고 월드컵 붐조성을 위하여' 무료입장으로 계획되어 관중들도 지난 올스타전 때보다도 많은 3만 3천여명이 입장하여 이제 수원은 명실상부한 축구의 메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이토록 화려하고 멋진 행사였지만, 실제 경기를 진행한 프로축구계와 수원 삼성축구단은 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보면서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바로 '관중 무료입장' 때문이었다. 왜 수원 삼성축구단은 이렇게 좋은 빅카드에 무료입장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을 보면서도 씁쓸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야기는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경기 시작하기 3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 삼성구단은 오는 일요일 부천과의 홈경기를 준비하면서 많은 기대에 차 있었다. 벌써 입장권을 예매한 사람들만 3,500여명, 예상 관중수입만으로도 1억원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 구단은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관중무료입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루기로 한 '제1회 대통령배 연예인 축구대회'과 관련하여 '월드컵 사랑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모 의원과 (축구협회 회장이자 울산 국회의원인 정모 의원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기자단간의 간담회(懇談會 : 서로 가볍고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임, 즉 정책결정을 위한 비중있는 모임이 아니라 가볍게 만나서 한담하는 자리였다는 소리이다.) 자리에서 한 기자가 연예인 축구대회도 하고 그러는데, 무료입장을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었고, 그러자 월드컵 사랑 모임(이하 월사모)의 대표인 정X 국회의원은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의원은 임모 경기도지사에게 일요일 경기를 무료입장시키라고 연락을 하였고, 임지사는 다시 수원 삼성축구단에 경기를 무료로 하라고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수원 삼성 축구단에서는 펄펄 뛰며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임지사는 수원 삼성의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임모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료경기를 하라고 XX(여기에다 무슨 말을 쓸까 마땅한 말이 없군요. 요청? 부탁? 지시? 압력? 명령?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를 했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되어서 경기는 무료입장으로 결정이 났고, 결과적으로 수원 삼성 축구단은 1억원의 관중수입을 잃어버렸고,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예매까지 했던 3,500여명의 축구팬들에게 본의 아니게 '배신'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경기를 단 3일 앞두고 말이다. (여기서 위에 언급된 정치인 중 한 명이 자신의 이름으로 삼성전자의 고화질 디지탈TV 인 "파X"를 자신의 이름으로 당일 경기의 경품으로 내어 놓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돌긴 하지만 확인된 바 없으니 그냥 '루머'로 치부하여 더 이상 언급치는 않도록 하겠다.)

경기장 무료입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K-리그 각 구단들이 재정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관중수입이 필요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초청, 무료 입장 등을 점점 더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부천 SK같이 홈경기 승리시 전경기 티켓을 가져오는 관중에게는 다음 홈경기에 무료입장시킨다는 마케팅적인 방법에서의 무료입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무료입장조차 구단의 '자의적인' 결정 하에서 나온 것이지, 외부의 압력으로 무료입장 시킨 적은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각 구단들은 더 이상 모기업에만 손 벌리지 않고 재정자립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유료관중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던 구단 홍보관계자들은 무료입장 결정이 났던 날 얼마나 허탈했을까? 물론 "월드컵" 정말 중요하다. 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하는 취지의 행사는 참 좋다. 하지만, 단지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선거를 위해 한국 축구의 근간인 프로축구에 정치적인 논리로 개입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과 '축구'를 별개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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