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상품 15년전과 똑같아▼
서울은 아주 역동적인 도시다. 물론 교통 체증 같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서울이 주는 매력이 더 크다. 강남 지역의 바나 레스토랑은 뉴욕 런던 도쿄의 유명 식당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즐길 수 있는 음식의 맛도 국제적 수준으로 이탈리아식, 인도식, 캘리포니아식 퓨전 등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은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효과는 수백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예컨대 12월1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이루어지는 부산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더구나 월드컵뿐만 아니라 아시아경기까지 앞두고 있어 활기가 느껴지는 도시이다.
관광은 과거의 유산도 중요하지만 뚜렷한 현대적 이미지나 정체성도 중요하다. 한국에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는 새롭고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을 비밀에 부치기로 작정한 것 같은 관광 당국의 태도다. 한국은 각 부문이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고 국제화돼 세계인이 인정하는 수준이 되었다. 더구나 정보기술(IT)산업의 선구자이자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광산업은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이태원에 가고, 불고기를 먹으라는 식의 관광권유를 받는다. 단일 상품이 15년 동안 조금도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경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고객에게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고, 어떤 걸 갖고 싶어하는지조차 조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국의 관광 당국은 다각적인 조사를 해왔다고 답변할 것이다. 하지만 조사의 결과는 늘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택시운전사가 불친절하고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택시운전사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어떤 나라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 언어 문제도 마찬가지다.
향후 한국을 찾을 새로운 외국 관광객은 젊고 부유한 아시아인, 미국인, 유럽인들, 소위 여피(Yuppies)족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관광객인 여피족에 속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세련된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전혀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홍익대 입구나 압구정동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지도상의 위치 정보 정도밖에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정보는 한국 식당, 이태원, 고궁이나 문화명소에 대한 것이다. 왜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현대 문화는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젊은 가수들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 덕분에 한류 열풍이 생겨났으며 한국이 세련된 나라라는 인식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열풍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2002년,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 한국은 새롭고 흥미롭고 앞서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월드컵을 즐기러 오는 외국인에게 한국이 일본보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더 나은 장소라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한류 열풍만으로는 부족▼
15년 동안의 한국에서의 생활은 필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런 것들을 포장해 세계인이 알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필자가 즐겨 찾는 강남의 다양한 퓨전 음식점에서 자리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겠지만….
▼약력▼
1957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언론사에서 중동과 동아시아 지역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1988년 영국의 홍보대행사인 버슨마스텔러에 입사, 회사가 서울올림픽의 해외 홍보 및 대(對)언론 관계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에 왔다. 올림픽이 끝난 뒤 영국에 돌아가지 않고 1989년 홍보대행사 메리트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으며 2000년 회사명을 메리트 버슨마스텔러로 변경해 대표를 맡았다.
브라이언 매튜스(메리트 버슨마스텔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