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어떻게 퍼머를 해요?”
“이렇게 나무줄기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보세요.”
“와, 정말 내 머리가 꼬불꼬불해졌네.”
동네 미용실에서 오가는 대화냐고? 천만의 말씀. 분당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가족과 함께 하는 공원탐사’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다. ‘분당환경시민의모임’(www.bandi.or.kr)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반이면 어김없이 열린다. 벌써 3년째.
▼3년째 매주 토요일 오픈▼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공원에서 무엇을 탐사한다는 것일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원에는 뜻밖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삼삼오오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모이면 수업이 시작된다. 족히 300년은 됐음직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굽어보는 작은 연못을 지나고, 선사문화의 흔적인 고인돌도 돌아보고, 우거진 소나무 숲을 돌아나오며 선생님은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 양같은 아이들에게 공원의 역사와 문화유적, 공원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공원을 탐사하는 동안 컴퓨터 게임에서 벗어나 열린 자연과 동화돼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 공원내 전통가옥에 들어가 뒷마당의 대추나무도 흔들어보고, 예전에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었다는 당산나무도 어루만져보고, 잔디위에 무수히 핀 토끼풀을 뜯어 꽃반지도 만들고….
“이제 아셨죠? 왜 봄에는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되는 지.”
야외용 마이크를 들고 열심히 설명해주는 선생님은 자원봉사 나온 엄마들이다. 하지만 환경지도자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라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놀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친구▼
분당환경시민의모임 정병준 사무국장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연과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공원탐사 교육의 목적”이라며 “반딧불이 반짝이는 가을밤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면 커다란 행운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환경교육만 해도 억지로 문제의식을 주입하기보다 푸른 자연을 많이 보여주는 ‘느낌교육’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탐사가 끝날 때 쯤 글이나 그림으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의 감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소나무 숲에서 처음 만난 사슴벌레가 날 째려보는 것 같았다’, ‘수줍은 듯 부끄러워하는 작은 벌레를 좋아하게 됐다’는 등 거짓없는 표현들에서 어린이들이 이미 자연과 친구가 됐음을 알게된다.
이 프로그램은 분당 주민들은 물론,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도 꽤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참여한 인원만도 줄잡아 7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꼭 분당이 아니라면 어떤가. 비싼 돈들여 떠나는 단풍여행도 좋겠지만 넉넉한 주말 오후, 사랑스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가까운 공원을 산책해보자. 돌아올 때 쯤이면 어느새 내 아이와 자연은 가까운 친구가 돼있을 것이 분명하다.
손미선(33·경기 용인시 수지읍·sfreethin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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