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긴급의총 일부 자성론…“정권에 組暴이름 거론돼서야”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2분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29일의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의 국감 태도에 대한 격렬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번 국감이 온통 이용호(李容湖) 사건으로 뒤덮이는 바람에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의혹을 받고 결과적으로 수세에 몰린 데 대한 분노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번 국감을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폭로 국감’, 정동채(鄭東采) 의원은 ‘더러운 전쟁, 추악한 전쟁’,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국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용호 사건은 야당이 공포탄을 쏴서 우리 당의 혼을 빼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권 핵심이 부패에 드러난 적이 없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북풍에 관련됐다. 시간이 지나면 루머는 가고 실체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국세청 돈으로 선거 치른 적이 있느냐, 북풍 한 적이 있느냐,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대형 이권에 당이 나서서 개입한 적이 있느냐”며 “진정한 조직폭력배, 진정한 부패와의 전쟁을 해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돈은 받았으나 무슨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그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 최소한 지도부에라도 보고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지도부는 추석 이후 정국의 흐름을 ‘이용호 게이트’로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기도 의혹’과 ‘북풍사건’ 쪽으로 돌리려는 듯 이에 대한 상세한 경위 설명과 함께 귀향활동 때 이 사건들을 적극 부각시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성론도 없지는 않았다. 이협(李協) 의원은 “우울하고 상처 받은 민심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집권당에 있는 만큼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정권에 조폭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정권의 품격 문제이므로 내부 부패가 있다면 단호히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단합이 안 된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다.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이 자리에 당 지도부도 많이 안보이고 의원 3분의 1이 앉아 뭘 하겠느냐, 누구는 내려갈 고향이 없어서 여기 온 줄 아느냐”고 했고, 김방림(金芳林) 의원은 “지금도 의원들이 자꾸 자리를 뜨고 있는데 이래 갖고 무슨 결의문을 채택한단 말이냐”고 힐난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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