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주로 봤던 유라시아 코카서스 산맥 인근 어느 시골 마을에 14세 소녀 시빌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시빌은 어느 날 41세 아저씨 알렉산드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오히려 그의 아들인 미키가 시빌에게 정신이 팔린다.
이렇게 부자(父子)가 ‘연루’된 삼각 관계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종종 나이를 무색케 하는 시빌의 농익은 나신을 드러내면서, 소녀의 성적 호기심과 유부남의 주체할 수 없는 충동을 그렸던 ‘로리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영화는 시빌의 성적 호기심을 통해 한 소녀의 성장을 지극히 낭만적 시선으로 들여다볼 뿐, 결코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곳곳에 그루지아의 소비에트 식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친 저항을 뿜어내기도 한다. 주민들은 스탈린의 다큐멘터리 대신 오랫동안 상영이 금지된 ‘임마누엘’을 보기 위해 극장에 몰려든다. 이들은 보다 효과적인 섹스를 위한 도구로 커다랗게 ‘칼 마르크스’라고 적혀 있는 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제목은 미키가 시빌에게 100번의 키스를 하려고 했으나 73번 밖에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 원제 ‘27 Missing Kiss’. 18세 이상 관람 가. 6일 개봉.
<이승헌기자>dd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