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화 ‘소피의 선택’에서 경제학의 기초인 ‘합리적 선택’의 원리를 떠올릴 수 있는지. 또 영화 ‘시티 오브 조이’에서 후생경제학의 ‘파레토 개선’(한 사람의 효용 감소없이 다른 사람의 후생 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화를 통해 배우는 경제학 원론이다.
젊은이들의 대표적 문화 코드인 영화와, 어려운 그래픽이 난무하는 경제학의 접목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풍부한 영화 지식과 쉬운 글쓰기를 통해 경제학을 요모조모 풀어내고 있다. 경제학을 ‘배운다’는 생각보다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대학 교양학부 수준의 경제학 기초를 저절로 익힐 수 있다는 점에 구미가 당긴다.
20여편의 영화와 경제학의 17개 원리의 접점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도 대단하다. ‘브라스트 오프’나 ‘풀몬티’처럼 직접 실업을 다룬 영화를 ‘실업의 경제학’으로 설명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매춘을 소재로 한 ‘은밀한 유혹’과 ‘귀여운 여인’에서 소비의 잉여와 서비스업의 가격 차별(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것)의 원리를 이끌어내는 것은 감탄스럽다. 또 ‘은밀한 유혹’에서 남편이 백만장자와 하룻밤을 보낸 아내에게 “‘하룻밤’이 얼마나 좋았냐”고 묻었을 때 아내는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의 ‘현시선호이론’에 따라 “전혀 좋지 않았다”라고 대답하는 게 정답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건 ‘경제학이 책 속의 이론이 아니라 영화처럼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학문’이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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