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도서]反이슬람 소설-성경 불티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55분


◇ 파리에서

미국의 테러사건은 올 가을 프랑스 출판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슬람을 소개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회교성전인 코란의 판매도 평소의 4배로 늘어났다.

이 중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책 두 권이 있다. 미쉘 우엘벡의 소설 ‘플랫홈’(플라마리옹)과 신학자와 작가가 공동번역한 ‘성경’(바야르)이다.

8월 말에 나온 ‘플랫홈’은 선동적 작가 우엘벡의 두 번째 소설이다. 독신이자 프랑스 문화부 관리인 주인공 미쉘은 서양에서는 남녀의 사랑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태국으로 섹스 관광을 떠난다.

이 소설은 21세기 서양윤리를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긍정적 평도 받고 있지만, 제3세계로의 섹스 관광과 미성년자의 성 착취 예찬, 서양의 우월의식과 인종차별주의로도 해석되어 국제 미성년자보호협회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이 물의를 일으킨 또 다른 이유는 주인공 미쉘이 태국에서 사랑하게 된 프랑스 여인 발레리가 회교도들의 테러로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등 이슬람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노출한데 있다.

가령 주인공은 어린이 여인 구별없이 팔레스타인이 많이 사살될수록 더욱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게다가 작가 우엘벡은 한 문학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주인공이 느끼는 복수의 감정은 당연하며, 회교는 가장 형편없는 종교인데다, 코란을 읽으면 망연자실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회교도들이 분개하며 항의하게 된 것이다.

마침 회교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미국에서 테러가 일어나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 1위를 유지하며 출판 한달 만에 30만부가 팔렸다. 또한 한 달 앞둔 프랑스 주요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라 이 소설의 문학성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 열띤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슬람의 부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성경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 요즘 프랑스 출판계의 특징이다. 이 달에 간행되어 획기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성경’이 그러하다. ‘작가들의 성경’으로 불리는 이 ‘성경’은 27명의 성경 전문가와 20명의 소설가와 시인이 공동으로 번역했다.

막대한 경비와 인력을 동원해 6년만에 완성된 이색적인 ‘성경’은 성경 전문가들이 주석을 첨부하여 직역한 것을 작가들이 현대적 감수성을 살려서 다시 고쳐 쓴 것이다. 18세기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성경과 문화와의 괴리를 좁히고 현대인의 감각에 호소하기 위해서 편찬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행에 따른 복음서’라는 비판도 들린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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