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완벽한 제구력에 1회부터 9회까지 158㎞짜리 무시무시한 공을 뿌리는 투수를 상대로 몇 점이나 뽑을 수 있었을까.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실링은 위대했다. 그런 투수를 상대로 한 패배였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 커트 실링의 완투승을 앞세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3승2패로 98년 창단 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애리조나는 15일 홈구장인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9회말 터진 토니 워맥의 끝내기 안타로 2-1의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역시 커트 실링. 1차전에서 3안타 완봉승을 따냈던 실링은 5차전에서도 9회까지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 9개를 잡아내며 6안타 1실점의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8이닝 동안 9안타에 1점만 내줘 2승에 평균자책 0.50.
1, 5차전에서 그와 맞섰던 세인트루이스의 20승 투수 매트 모리스 역시 2경기에서 15이닝 동안 불과 2점만 내줬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5차전은 시종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였다. 애리조나가 4회 레지 샌더스의 홈런으로 앞서나갔으나 8회 세인트루이스의 J D 드류가 기습적인 솔로홈런을 날려 1-1 동점.
애리조나가 불펜에 선발요원인 랜디 존슨마저 대기시키며 연장전으로 들어갈 것 같던 승부는 9회말 극적으로 갈렸다. 플레이오프에서 15타수 무안타로 슬럼프였던 애리조나 선두 매트 윌리엄스가 우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간 게 신호탄이었다.
보내기 번트와 볼넷으로 만든 1사 1, 3루. 토니 워맥이 스퀴즈 번트를 실패, 3루주자가 아웃되면서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으나 2사 2루에서 워맥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쳐내 애리조나에 챔피언십시리즈 티켓을 선물했다. 이 경기에서 김병현은 등판하지 않았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선 2연패의 뉴욕 양키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9-2로 물리치고 2연승,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며 시애틀 매리너스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6-2로 누르고 2승2패로 최종 5차전에서 승자를 가리게 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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