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같은 ××야. 그따위로 심판 보려면 다음부터 나오지 마. 왜 박건하가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당했는데 휘슬을 불지 않는 거야.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야….”
수원의 관계자 한명이 이날 주심을 보았던 김회성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하고 있었다. 수원의 윤성효 코치도 격한 목소리로 “심판을 이렇게 보면 어떻게 이기느냐”고 격분해 했다.
김호 감독과의 인터뷰를 포기하고 곧바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소란을 피우던 사람은 자리를 피했고 윤 코치는 계속 남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건하는 물론 서정원도 수차례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당했는데 무시했다는 것. 이미 선수들도 육두문자를 써가며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비단 이날뿐만 아니라 ‘심판은 동네북’이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국내 축구계에서 심판들은 ‘홀대’ 받는다. 13일 대전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대전 시티즌전에선 팬들마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시위를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장과 감독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프로축구연맹에 정식으로 제소하는 절차를 밟는 게 원칙. 그러나 현장 심판들에 따르면 먼저 욕설부터 퍼붓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징계를 내리지만 이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
물론 ‘특정 주심이 나올 때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는 수원의 주장이 나오게 만든 연맹의 심판진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단 ‘우기고 보자’는 구단관계자들의 심판에 대한 그릇된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문화의 발전은 요원하지 않을까.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