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상필이가 얼마 안남은 수능시험을 치르고 졸업하면 선생님을 대할 일이 이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선생님’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처음엔 큰 키에 나이도 지긋하고 과묵한 인상이라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만날 때마다 오랜 교직생활에서 배어나오는 침착함과 언뜻언뜻 묻어나는 따뜻함에 마치 학부형인 내가 옛날 학교다닐 때 선생님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 교사는 “어려워하기 보다는 친구처럼, 경쟁자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잊혀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노력하지 않고 권위의식만 앞세우는 선생님들도 이젠 거의 없다. 인천고 3학년 11반 담임인 김우일 선생님(수학과목)은 지난 학기 중 장난스런 캐리커처가 눈길을 끄는 반 홈페이지(www.willhome.org)를 개설했다.
고민 덩어리인 제자들은 차마 말로 못할 고충을 ‘상담게시판’에 비밀스럽게 글로 남기고,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은 ‘자유게시판’을 주로 이용한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후배들도 수능 별로 안남았는데…. 마지막 정리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그럼 파이팅!’.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과 고3 후배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연결하는 ‘동아리방’도 인기메뉴. 수험생활 안내나 진로상담 등 정보도 나누고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는 진짜 동아리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펴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훌륭한 가르침을 주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볼 때 잔잔한 추억을 안겨주는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인터넷 여행을 하다 우연히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02-6335-2000·www.scout.or.kr)이 롯데제과와 함께 벌이는 연중 캠페인 ‘사랑해요, 선생님!’을 만났다. 8월부터 11월까지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수기를 공모, 매달 10편을 뽑아 학생에게는 2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수기의 주인공인 선생님께는 유럽여행을 시켜준다.
일반인들도 다음달 말까지 선생님과 함께 했던 잊지 못할 추억이나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글을 응모하면 푸짐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보이스카우트연맹 홈페이지에 올라 온 ‘선생님 사랑해요!’ 7행시 한 편.
선:선생님이 난 제일 좋아요.
생:생각해봐도 세상에 우리 선생님같이 다정한 분은 없는 것 같아요.
님:님을 만나도 선생님은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사:사랑해요 선생님. 선생님의 매력은…
랑:랑랑(낭랑)한 그 목소리!
해:해(헤)어 지겠지만 절 꼭 기억해 주세용∼
요:요기 이 똑똑한 제자를 요.
최 정 숙(47·인천 부평구 산곡3동·haeb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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