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7’은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에서 방송과 시청자를 둘러싼 현대 미디어 환경이 자기 파괴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TV 프로그램 ‘적수들’(Contenders)은 방송사가 무작위로 추첨한 시청자들이 살기 위해 서로 상대를 죽이는 과정을 생방송으로 보여준다. 선발된 시청자는 출연을 거부할 수도 없고, 이긴다고 상금을 받지도 않는다. 단지 살아남을 뿐이다. 시청률은 당연히 1위.
결말은 여러 상대를 차례로 제압한 한 임산부가 옛 연인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은 함께 살기 위해 프로그램 관계자를 처단하자며 극장의 관객을 인질로 삼는데, 정작 이 프로그램의 충성스런 시청자이기도 한 ‘인질들’은 오히려 이들에게 환호를 보낸다.
영화는 이처럼 오늘날 시청률에 매달리고 있는 방송 매체가 빚는 ‘카오스’의 상황과 시청자들의 이중 심리도 함께 꼬집는다.
감독 다니얼 미나핸은 화면이 마구 흔들리는 ‘핸드 헬드’(카메라를 들고 찍기)와 ‘경찰청 사람들’을 연상케하는 상황 재연 등 영화와 TV 기법을 혼용하면서 혼돈의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제목 ‘시리즈 7’은 ‘적수들’의 7번째 시리즈라는 뜻. 18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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