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 등의 감독과 주연으로 60년대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78년 북한 피랍, 86년 탈출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내년 1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는 헤밍웨이 원작의 ‘누구를 위하여종은 울리나’를 무대에 올린다. 신 감독은 이 작품의 총연출을, 최은희는 게릴라 여대장 빌라 역을 맡았다.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라는 점이 뜻밖이다.
“영화와 뮤지컬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뮤지컬을 영화로,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신상옥 감독)
“18세 때 극단 ‘아랑’의 단원으로 데뷔했으니까 영화보다 무대가 더 빠르다.”(최은희)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잉그리드 버그만, 게리 쿠퍼 주연의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등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노래가 중심이지만 다리 폭파 장면이 영상으로 등장하는 등 영화적 요소도 있다.”(신)
-무대는 오랜만일 텐데.
“3년전 미국에서 창작극 ‘오, 마미’에 출연했다. 서울 무대는 76년경 연극 ‘천일의 앤’이 마지막인 것 같다. 이번 무대에서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도 보여주겠다.”(최)
인생의 굴곡도 이들 부부의 생기와 작품 열정을 빼앗기에는 역부족이다. 구속받기 싫어해 젊은 시절 ‘야생마’로 불린 신 감독은 선글래스 풍의 안경을 낀 멋쟁이였고, 최은희의 윤기있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인터뷰중 신 감독이 차기 영화 등 계획을 언급하면 최은희가 “‘이 양반’ 또 앞질러간다”며 제동을 거는 등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하는 노부부의 잔잔한 다툼도 있었다.
-영화는 언제쯤.
“치매 노인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이다. 캐스팅이 확정되면 곧 발표할 계획이다. 징기스칸의 일대기를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 생각인데 이건 돈이 많이 들어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신)
-요즘 한국 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같은 화제작은 다 봤는 데 영화의 기술과 아이디어에서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움직이는 감동이 떨어져 허전했다.”(신)
“난, ‘섬’(김기덕 감독)이 기억에 남는다. 묘사가 좀 잔인했지만 영상이 좋았다.”(최)
-두사람의 삶이야말로 그 자체가 영화 아닌가. 혹 영화로 만들 생각은.
“‘두개의 조국’이란 시나리오를 써 놨고 연출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내 손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러워 포기했다. 최여사랑 나랑 죽기 전에 누가 그 작업을 한번 하면 좋겠다.”(신)
-칠십 평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면.
“85년 이 양반이 연출한 ‘소금’으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던 순간이다. 관객의 기립 박수만큼 배우에게 큰 선물은 없다.”(최)
“공교롭게도 ‘소금’은 북한에 있을 때 만든 작품이다. 그때 돌연 미국 ABC 방송 기자가 최여사에게 수상 소감을 물었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어쩌구 할 수도 없고. 이때 최여사가 ‘미국에 있는 동포들과 수상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해 어려운 상황을 넘겼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둘이 탈출할 때다. 차창에 떨어지는 눈이 왠지 주먹덩어리만 했다. 그 눈,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신)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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