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인터넷 신용평가' 갈길 멀다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9시 08분


중소기업에 다니는 서모씨(32·서울 동작구 신대방동)는 최근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의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터넷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이용하면 쉽게 대출조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제시된 대출조건은 1800만원까지 연 12.7%로 빌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같은 은행의 창구에선 “1000만원만 대출 받는다면 ‘직장인 신용대출’을 이용하라”며 “1%포인트 이상 금리가 낮다”고 안내했다.

CSS란 개인의 소득 주거상황 거래실적 등 신용정보를 통해 대출조건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대출심사제도. 지점장의 ‘감(感)’에만 의존하던 주먹구구식 대출심사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이 외환위기 후 도입을 서둘렀다.

▽갈 길 먼 CSS〓그러나 CSS를 도입한 지 2년 남짓 된 외환 서울 주택 등 적잖은 시중은행의 CSS대출실적은 개인신용대출 중 10% 안팎에 머물 정도로 활용도가 낮은 편.

전문가들은 CSS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항목이 주로 고객의 ‘과거 실적치’란 점을 들고 있다. 미래의 소득창출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재테크팀 김성엽 팀장은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업종이나 중소기업의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심사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평가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 직원이 아니면 대출승인을 얻기 어렵다”며 “대출은 쉽게 해주되 신용에 따른 금리차를 넓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의 소매고객지원부 담당자는 “CSS의 정착에 미국은 50년, 일본은 20년 이상 걸렸다”며 “지금은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범 운용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화상품 활용〓은행들은 각종 특화상품을 개발해 CSS가 놓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대출을 받기 전 CSS뿐만 아니라 은행별 특화상품을 눈여겨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

한빛은행이 이달 초 내놓은 ‘공무원 신용대출’은 판매 2주 만에 451억원이 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CSS의 금리는 연 9.75∼13.75%이지만 3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이 상품의 금리는 연 7.3%로 최고 5000만원(퇴직금의 50% 이내)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서울은행의 직장인신용대출도 CSS대출이 부적합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것. 2000만원까지 연 11.17%(보증보험료 1.42% 포함)에 대출해 준다. 국민은행은 14개 전문직에 ‘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과 CSS 중 유리한 상품을 권한다. 하나은행은 의사 약사 변호사의 대출한도는 CSS와는 별도로 정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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