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위스키가 한국 술시장에서 ‘황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주류(酒類) 시장에서는 375㎖와 750㎖짜리 위스키가 주류(主流)인 점을 감안하면 ‘위스키의 한국화’라고나 할까. 한국시장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제 세계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잡아가고 있는 500㎖ 위스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처음 도입〓진로가 94년 4월 ‘임페리얼’을 소개하면서 세계 최초로 500㎖짜리를 소개했다. 진로 관계자는 “당시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서양에서는 스트레이트나 얼음을 넣어먹는 ‘온더락’ 형태로 혼자서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반면 한국인은 서너명이 함께 ‘접대자리’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명이 마실 경우 폭탄주 문화에 따라 375㎖짜리는 조금 부족하고 750㎖짜리는 부담스러운 반면 500㎖짜리가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이는 유흥업소의 이해관계에도 맞아 떨어졌다. 사람이 취기를 느끼는 양주량은 보통 1인당 250㎖정도. 따라서 세 명이 마실 때 750㎖짜리면 충분하지만 500㎖짜리를 마실 경우 두 병을 주문해야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500㎖짜리는 한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임페리얼의 매출 현황을 보면 375㎖가 26.0%, 750㎖가 0.4%였던 반면 500㎖가 73.6%나 됐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스키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500㎖짜리 용량을 개발해서 들어왔다. 발렌타인 17년, 시바스리걸, 딤플, 조니워커, J&B, 커티샥 등이 모두 이 ‘중간급’을 소개하고 있는 것.
▽어떤게 있나〓씨그램코리아는 국산 양주 윈저를 12년, 17년 모두 500㎖짜리를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수입판매하는 시바스리걸 18년산의 경우 한국 소비자를 위해 본사에 500㎖짜리를 특별히 주문하고 있을 정도. 12년산도 500㎖짜리가 있다.
딤플은 95년 9월에 중간급을 선보였다. 딤플은 처음에는 ‘헤이그’ 가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헤이그로 불렸으나 병 모양 때문에 보조개라는 뜻의 ‘딤플’로 불리게 됐다.
딤플은 하이랜드와 로랜드의 몰트 위스키가 적절히 조화돼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J&B는 최근 500㎖짜리 ‘Jet’를 내놓으면서 ‘한국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J&B Jet는 40여가지의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배합한 12년산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다. 15년 이상 숙성된 스페이사이드산 몰트 위스키를 많이 섞었기 때문에 다른 12년산보다 맛이 깊고 부드럽다고 업체측은 설명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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