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자기만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6·15공동선언을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동기(목적)와 절차(방법)가 잘못되었으니 결과는 실패가 뻔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개인적으로 노벨상을 타는 데는 주효했는지 모르나 국가적으로는 정체성을 훼손하고 엄청난 재정적자와 국론 분열만 초래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적 아노미현상과 위험 수위에 오른 안보 치안질서, 북한의 테러 위협 속에서 과연 지자체선거와 대통령선거, 월드컵, 부산 아시아경기 등 국가대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역분열과 패권경쟁, 정경유착과 정치자금 성역화, 정당을 붕당화한 제왕적 통치스타일, 공권력의 사물화와 같은 폐단을 청산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정치 속에서 김대중 정권의 말기적 누수현상이 크게 걱정된다. 중앙과 지방에 국가통합을 이끌어 낼 리더십과 호국의 중심세력이 없기 때문에 야기된 정치적 진공상태 속에서 김 대통령은 그 굴레에 얽매여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다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막중한 국가대사를 망친다면 이보다 더한 민족적 망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김 대통령의 마지막 과업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에 철저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결과적으로 잘못된 햇볕정책과 6·15선언의 실패를 솔직히 시인, 백지화하고 그 전제 위에서 범국민적인 비상시국 대책을 강구하여 명년의 민족적 대사를 성공리에 치르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이 철 승(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