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상상해보자. 몸체보다 더 큰 배낭, 족히 일주일은 감지 않은 듯한 부시시한 머리, 한 손엔 가장자리가 다 헤진 지도책….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가의 모습은 좀 다르다. 그의 말대로라면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로, 한 손에는 007가방을 들고 있다.
사업상 목적으로 세계 160여개국을 돌아다닌 저자는 목적이 없는, 그저 여행을 위한 여행은 더할 나위 없는 낭비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대신 진정한 여행가는 사업상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업무에 쫓겨 가족들의 선물도 공항 면세점에서 부랴부랴 고르게 마련인 그들이 왜?
여행을 위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배우게 되는 것은 결국 상품화된 경험일 뿐이며 오지나 위험한 지역을 고생스럽게 탐험하는 여행객들이 볼 수 있는 건 연출되고 과장된 체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상 여행을 하는 사람은 그 나라 흙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나라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곧 사업의 실패와 직결되므로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 국민성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는 것.
이 책은 저자가 유럽, 아프리카 등 5개 대륙 15개 도시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경험담들로 가득하다.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였다. ‘Free Parking(무료주차)’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안심하고 주차를 했는데 얼마후 돌아와보니 벌금 딱지가 붙어있었다. 이유인 즉, “이곳은 자유롭게 나둬야 하는 공간이므로 주차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적어놓았다는 것. 이 밖에도 세계 여러나라의 각기 다른 국민성, 경쟁 국가와의 미묘한 라이벌 심리 등 많은 양의 문화적, 시사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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