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값이 3000달러(약 400만원)까지 치솟은 월드시리즈 입장권 1장을 유니폼 속에 소중히 간직한 채 마운드에 오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오른손 에이스 커트 실링(37)에겐 최근 17번의 월드시리즈에서 16번이나 샴페인을 터뜨렸던 뉴욕 양키스의 전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8일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피닉스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2001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1차전. 고인이 된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한 실링은 징크스가 생길까봐 구단에서 새로 지급한 월드시리즈 모자도 쓰지 않고 예전에 쓰던 모자에 로고만 떼어 붙이는 정성을 보였다.
4만9646명의 만원 관중 속에 섞여 응원을 해준 아버지의 영력 때문이었을까. 실링은 7회까지 양키스의 강타선을 상대로 탈삼진 8개를 잡으며 3안타 1실점으로 호투, 팀의 9-1 대승을 이끌었다. 비록 포스트시즌 4연속 완투승은 안됐지만 4승은 메이저리그 타이기록.
애리조나는 1회초 버니 윌리엄스에게 2루타를 맞아 먼저 1점을 내줬지만 곧이은 1회말 ‘10월의 사나이’ 크레이그 카운셀이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애리조나는 이후 실링이 ‘굳히기’에 들어간 사이 루이스 곤살레스의 결승 2점 홈런을 시작으로 3회와 4회에 4점씩을 뽑아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지었다. 8회에는 메이저리그 24년 동안 22번이나 팀을 옮긴 42세의 노장 투수 마이크 모건이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데뷔 등판을 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점수차가 크게 나 ‘토종 마무리’ 김병현은 등판하지 못했다.
반면 양키스는 9실점 중 비자책점이 5점이나 될 정도 실책을 남발, 73년 이후 최다 비자책점 불명예 기록을 세웠고 구원투수 스털링 히치콕은 애리조나의 톱타자 토니 워맥의 방망이를 주워 그를 향해 집어던지는 등 실력과 매너에서 동시에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한편 이날 시구는 현역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한 시즌 최다홈런(73개) 신기록의 주인공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가 모자를 쓴 정장 차림으로 해 눈길. 2차전은 29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애리조나 랜디 존슨과 양키스 앤디 페티테의 선발 맞대결로 열린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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