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희주부의 처녀몸매되찾기]"몸 가뿐하니 성격도 환해졌죠"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35분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단풍구경 떠날까요.”

남편의 느닷없는 데이트 제의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섰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자극이 되라고 붙여둔 2개월 전의 사진이 거울 한 쪽에 붙어 있었다. 거울에는 9㎏의 불필요한 살이 빠져 날씬해진 모습이 보였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과거 수차례 다이어트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체중이 줄면서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감량 못지 않게 귀중한 소득은 당당하게 남 앞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

며칠 전까지 식욕을 제한하기 위해 귀에 붙이고 있었던 이침(耳針)을 제거했다.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이제는 의지로 음식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침을 제거한 후 식욕에 변화가 생겼다. 먹고 싶은 욕구가 조금 강해진 느낌이다. 너무 자신만만했던 걸까. 특히 그동안 잘 참아왔던 음식에 눈을 떼기 어려웠다.

의사의 충고를 따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운동을 계속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무작정 참고 안 먹는 것 보다는 조금씩 먹기로 했다. 스트레스가 자칫 폭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떠올렸다. 식욕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취미생활을 해 볼 계획이다.

살이 빠지면서 아이들에 대한 인내심과 관대함도 늘었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곤 했다. 출산 후 살이 쪄 흉해진 내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감을 되찾은 지금, 내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끝-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이렇게 달라졌어요

다이어트 전

다이어트 후

체중(㎏)

66.7

57.3

복부둘레(㎝)

86.3

76.3

체지방률(%)

31.3

26.7

▼전문의 처방 "최소 석달은 운동-식이요법 꾸준히"▼

권경희씨는 9주간의 다이어트 과정을 통해 체중을 66.7㎏에서 57.3㎏으로 줄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목표로 한 8㎏보다 1.4㎏를 더 줄였다. 두 번의 출산으로 늘어난 복부 둘레는 물론 체지방율도 4.6% 줄어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모했다.

권씨는 살을 빼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과 체형에 대한 당당함을 찾았다. 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권씨가 누릴 수많은 혜택 중 몇 가지일 뿐이다.

다이어트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줄인 체중을 1∼2년은 더 유지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다이어트 직후 3∼6개월이 가장 중요한 고비이므로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적어도 1주일에 세 차례, 한 시간씩 운동 해야 한다.

권씨 역시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57±0.5㎏을 유지하고, 운동으로 근육량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 근육량을 늘려야만 에너지 소비율을 높이는 기초대사량은 증가시키고 체지방량은 줄일 수 있기 때문.

체지방이 많은 여성은 운동을 하면 지방이 근육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운동으로 발달한 근육은 지방과는 무관하다. 운동을 하면 체지방은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점차 줄어드는 반면, 근육은 커지면서 지방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특수한 훈련을 받지 않는 이상 여성에게 울퉁불퉁한 근육이 생기지는 않는다.

마른 몸매 만 선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말라서 허약해 보이는 것보다 운동으로 건강하고 탄력있는 몸매를 가꾸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다. 운동으로 건강과 자신감을 되찾은 권씨의 사례가 출산으로 늘어난 체중 때문에 주눅들고 무력해진 주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송재철(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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