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백마 탄기사’라 불리는 오토바이 방랑자 ‘모터바이크 라이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재택씨(32·듀오정보 전략기획팀장). 그는 만 10년째 경치좋고 오토바이로 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 다니는 한국의 대표적 ‘백기사’다. 그동안 유씨가 갈아탄 ‘말’만 해도 30대 가까이 된다.
“18번째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엔 저도 잊어버렸어요, 하하하.” 호탕한 웃음이 그의 범상치않은 라이더생활을 보여주는 듯 하다.
유씨는 오토바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모터바이크라고 대화도중 몇 번이고 강조를 했다.
“오토바이하면 폭주족이 연상되잖아요, 저는 절대 폭주족이 아니거든요. 반면에 모터바이크하면 좀 대우가 달라지는 것 같고….인터넷으로 기사조회를 해봤더니 역시 ‘오토바이〓폭주족’ ‘(모터)바이크〓스포츠’라는 등식이 보이더군요.”
그렇다고 유씨가 폭주경험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군 제대하고 복학준비하던 92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처음으로 바이크를 산 유씨는 96년까지 약 5년동안 요란한 굉음을 일으키며 달리기에 바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스피드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어지고 자연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자연을 느꼈어요, 춘천 가기전 느랏재고개가 있는데 두 번째 고개를 넘어서면 잣나무 한그루가 있어요. 지나칠 때 마다 그놈 키가 부쩍 자랐더군요. 잣나무의 의연함을 보고 저도 여유를 찾는 셈이지요 ”
유씨는 ‘사랑의 메신저’를 자처한다. 무작정 전국 투어에 나설 것이 아니라 뭔가 뜻깊은 일을 해보자고 다짐한 것이 계기.
그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cbr500.hihome.com)에 ‘사연을 보내주면 자기가 어디든 전달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자신이 해놓고도 별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새록새록 사연이 쌓이더란다.
그의 첫 임무는 고향에 여자친구를 두고 온 한 회사원의 소원 들어주기. 애인을 청주에 두고 직장생활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이 청년은 ‘애인이 평소 강아지를 가지고 싶어했다’고 사연을 띄웠다.
오토바이 상가가 밀집한 서울 퇴계로는 동물시장으로도 유명한 곳. “강아지를 한 마리 사들고 대전으로 달려가 강아지를 전해줬더니 그 여자 반응이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도 기분은 무척 좋았죠.”
한번은 충무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자기를 위해 고향인 구미에서 투어를 하면 자기가 한 것처럼 즐거울 것이라는 사연을 받았다. 서울에서 1박2일 코스로 구미에 내려가 구미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줬더니 눈물나는 답장을 보냈단다.
유씨는 일명 ‘독립군’이다. 클럽에 가입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홀로 바이크 투어를 즐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훨씬 많은 걸 느낄 수 있지요, 여럿이 떠나면 소란스럽기만 하고….”
<전창기자>jeon@donga.com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기본장비 반드시 갖춰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유재택씨는 오토바이로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안전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모터바이크 투어 주의점.
1. 다목적 칼과 라이터 등 기본 공구를 반드시 챙기자〓기본공구는 보통 신품 구입시에는 들어있지만 중고를 구입한 경우는 없다. 도심에선 간단한 응급조치가 가능하지만 아무도 없는 시골길에선 공구가 없다면 방법이 없다. 겨울철 투어에선 차가운 날씨에 키박스가 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라이터로 키를 데우면 만사 O.K.
2.마스크와 레이싱슈트는 오토바이를 사기전에 먼저 갖출 것〓마스크는 겨울투어를 떠나본 경우엔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다. 김서림 방지제도 필수. 가죽으로 만들어져 고가인 레이싱슈트는 멋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필수. 성능좋은 오토바이를 구입하기 전에 헬멧과 레이싱슈트를 먼저 장만해야한다.
3.우비와 배낭〓우리나라는 시도 때도 없이 국지성 비가 잘 내리는 곳. 바이크용 전문우비는 이태리 등 외국 고가제품이다. 등산장비점을 찾으면 오토바이 타기에 적합한 우비를 구할 수 있다. 오토바이는 수납공간이 적다. 자석을 이용해 연료탱크에 다는 백이 있으나 험한 주행때는 잘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