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예술의전당, 파이프오르간 설치보다 분수대가 우선?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8분


음악계의 오랜 숙원인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내 파이프오르간 설치가 또다시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초 예술의 전당측은 “연내 사업자를 선정해 2003년까지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예산은 온데간데 없는 것.

최근 210억∼220억원에 이르는 내년 예술의 전당 예산안에 따르면 지출 내역중 파이프오르간 설치를 위한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술의 전당은 이에대해 “3년에 걸쳐 20억∼3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해 올해 사업 1차 년도에 10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에는 7억원에 이르는 예술의 전당내 분수대 설치 비용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만한 비용이라면 오르간 설치 공사를 당장 시작할 수 있는데도 분수대가 그만큼 불요불급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음악인이 많다.

한 음악인은 “분수대 예산이 파이프오르간 설치 공사의 1년 비용과 비슷하다. 전당이 분수대를 오르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예산안을 검토했던 예술의 전당의 한 이사는 “파이프오르간이 독주나 교회음악 등 한정된 용도에만 사용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에 파이프오르간이 없다는 사실은 문화의식의 빈약함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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