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진영 움직임]"黨權 어디로" 계파별 숨가쁜 심야회의

  • 입력 2001년 11월 7일 23시 25분


8일 민주당 당무회의를 앞두고 당내 각 계파는 7일 밤늦게까지 긴박하게 움직였다. 즉각적인 인적 쇄신을 주장해 온 측과 이에 반대해 온 측 모두 당무회의에서 향후 당권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활을 건 일전(一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각 캠프 움직임〓DJ ‘친위대’ 성격의 당내 최대 계파인 ‘중도개혁포럼’ 소속 의원들도 이날 심야 회동을 갖고 당무회의 대책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그렇게 대통령을 몰아붙이니…”라며 당의 진로 등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무회의에서의 표결에 대비한 표단속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이날 당 지도부 간담회를 마친 뒤 측근들에게 “내일 당무회의 때 뭐라 말씀하시겠지”라고만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러나 이 측근은 “확실치는 않지만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는 쪽으로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해 이 최고위원도 ‘총재직 사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쇄신파 반응〓인적 쇄신을 강하게 주장했던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이나 쇄신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던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 캠프와 소장 개혁파 의원들도 ‘김심(金心)’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중대 결심이 총재직 이양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 5개 개혁모임 대표들은 8일 오전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나 몇가지 시나리오를 점치며 오후에 발표될 수습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를 가진 대안과 실천 신계륜(申溪輪) 의원은 “당무회의를 열라는 것은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 전당대회 준비위를 구성해 전대 일정 논의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당헌 당규 개정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동교동계의 걱정〓쇄신파로부터 ‘청산’ 대상으로 지목돼 온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했으나 권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중대 결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들은 이날 밤늦게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기류를 감지하고 김 대통령의 총재직 이탈에 따른 당권 향배, 대선 후보 경선에 미칠 영향, 권 전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어지간한 정도의 얘기라면 오늘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언급했을 텐데 내일 당무회의를 비상소집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봐서 뭔가 심각한 상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당무회의가 전당대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의결기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도체제 개편과 전당대회 일정 등 의결사항에 대한 얘기가 주로 거론될 것이며, 인적 쇄신 문제는 당무회의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와 같은 폭탄선언을 하고, 당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당무위원회〓당무위원회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전당대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당헌 당규 개정을 포함해 당무 집행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10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는 원내 67명과 원외 32명 등 총 99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총재직 이양을 발표할 경우 후임 대표나 총재권한대행을 누가 맡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대선 후보 경선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한바탕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부형권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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