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음날 아침 펼쳐지는 대자연의 드라마틱한 쇼를 보고 있노라면 간밤의 불편함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다. 밤새 불던 거센 바람은 이제 더 이상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귓가에서 휘파람 소리를 낸다.
▼박종우의 세계 여행▼ |
- ④초현실의 아름다움 '채색 사막' - ③프랑스 '귀더리' 최고의 서핑장소 - ②개발과 보전 사이…가봉 열대우림 - ①무지개 등으로 장식된 도시 '호이 안' |
아침 햇살은 이 공원의 산을 부드러운 색깔로 물들인다.햇살을 받은 산은 때론 빨갛게, 때로는 핑크색으로 빛난다.높고 푸른 하늘 아래, 풀은 하늘에라도 닿을 듯 큰 키를 자랑하며 자란다.
이 공원 관리직원인 핼리 라센은 "채색 사막은 일출과 일몰 때 기막힌 풍경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라센은 페트리파이드 포리스트(돌나무 숲) 국립공원에서 3년 이상 일했으며 종종 배낭 하나만 매고 황무지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이 사막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현실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며 눈을 지그시 감는다.
페인티드 사막은 페트리파이드 공원의 북쪽 끝에 있다. 스페인 탐험가들은 이 사막의 풍부하고 따뜻한 색채를 보고 '채색된 사막(Painted Desert)'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공원의 나머지 부분은 무지개빛 알록달록한 색깔로 유명한 돌나무 숲(石化林)이다.
3만7413 헥타아르 넓이의 이 공원은 동부 애리조나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 남쪽에 있다. 1906년에 국가 기념물로 처음 지정됐으며 1962년 국립공원이 됐다. 이 공원 3만7413 헥타아르 가운데 2만 헥타아르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가을이면 사람들은 늦더위를 피해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이 곳으로 몰려온다. 관광객들은 이 공원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깨끗한 공기를 즐길 수 있다.
또 길가에 자리잡은 휴게소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낼 수 도 있다.
휴게소들은 독특한 풍경 앞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채색 사막'의 계곡 풍광, 미국 인디언들의 암면 조각,그리고 2억5000만년 전에 나무에서 돌로 변한 무지개 빛 '돌 나무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억 5000만년 전에 애리조나주는 현재의 파나마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 이곳은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사막이지만 그 당시에는 공룡들이 포효하던 열대 우림이었다.
나무들은 홍수 때 뿌리 채 뽑혀나가 부드러운 진흙과 화산재 아래 묻혔다. 산소가 차단 됐기 때문에 나무들은 썩지 않았고 화학작용에 의해 서서히 돌로 변해갔다. 땅 속 깊이 있던 '돌 나무' 들은 침식 작용에 의해 땅 밖으로 나와 오늘날 페트리파이드(돌나무) 공원을 이루고 있다.
나무에 박힌 줄무늬 모양의 흰 수정 성분은 햇살을 받는 각도에 따라 옅은 노랑색에서 주황색, 때로는 빨간 색, 자주색으로 빛난다. 초기 탐험가들과 정착민들은 이곳 돌 나무 속에서 자수정(紫水晶), 연수정(煙水晶), 황수정(黃水晶)을 발견한 뒤 팔기 위해 돌나무를 베어냈다.
하지만 지금 관광객들은 이 보석을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 매해 12톤 가까운 돌 나무들이 없어지고 있어 정부에서 반출 금지 법률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무심코 집은 작은 돌 나무 조각 하나 때문에 체포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들은 국립공원 옆 사유지에서 발견된 돌 나무 원석들을 국립공원 기념품 점에서 살 수 있다. 대량으로 사고 싶으면 40번 주간(州間) 고속도로와 180번 고속도로 옆에 있는 딜러 가게를 찾으면 된다.
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사람들은 7개의 하이킹 코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1킬로미터짜리 코스를 택하면 된다. 공원 입구에서 출발하는 이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이 공원에서 가장 큰 석화림 밀집지역을 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블루 메사로 연결되는 2킬로미터 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자줏빛 푸른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 코스에서는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모험과 고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카치나' 라고 불리는 코스가 준비돼 있다. 처음 몇분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나면 갑자기 평평한 지형이 펼쳐진다. 이 고원에서 2킬로미터쯤 더 가면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황무지가 나타난다.
이 황무지는 공원 내에서 캠핑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황무지에는 햇빛에서 벗어날 그늘도 없고 물도 없다. 따라서 차양막과 여분의 물은 필수다. 이곳에서 종종 혼자 캠핑을 즐기는 라센은 "황무지 캠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며 "좋든 나쁘든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박종우 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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