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바닥을 기던 반도체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주 싱크로노스 D램은 대부분의 제품이 사흘 남짓 만에 20∼40%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슬슬 나오고 있다. 반면 “단기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반등일 뿐 장기적인 추세 전환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오름세였다. 삼성전자는 6월 1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만원선을 회복했다.
▽회복세로 돌아섰다〓미국에선 그동안 줄기차게 비관론을 펴왔던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어드밴스드포캐스팅사가 비관에서 낙관으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반도체 불황 시기를 정확히 맞힌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가 최근 “반도체 시장이 4·4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내년 반도체 시장은 6% 성장하고 그 후 2년간 매년 21%씩 성장할 것”이라면서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최근의 D램 가격이 바닥이라는 생각이 D램 딜러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재고 확보에 나섰다”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있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윈도XP 보급이 확대되고 PC 교체주기가 돌아오면 내년 1·4분기 말부터 가격이 빠르게 강세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은 멀었다〓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둔 수요는 12월 초에 대부분 마무리되고 △기업들의 PC수요 부진 계속 △D램 업체들의 공급물량 다시 증가 전망 등을 이유로 가격 상승이 1∼2주가량으로 짧게 이어지고 말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연휴 특수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경우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비관론자들은 “반도체 경기에 대한 판단은 계절적 수요가 끝나는 내년 1·4분기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선 대환영〓이처럼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 12일 거래소에서는 하이닉스 삼보컴퓨터 신성이엔지 미래산업 디아이 등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주가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다. 코스닥에서도 주성엔지니어링 아토 아큐텍반도체 동양반도체 등이 상한가에 오르는 등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D램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볼 때 반도체 관련 주요 종목은 단기 과열권에 있어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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