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베이징 이야기' 못 실어 아쉬움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53분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옛날 글 공부하는 선비님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던 같습니다. 사실, 가을은 책이 제일 안 팔리는 계절입니다. 안개 때문에 날씨가 꾸질꾸질 하긴 하지만 날씨좋은 가을 날엔 방구석에 처박혀 책읽기보다는 나들이가 제격이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주엔 1면으로 세울 만한 책을 찾는데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의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과 제인 구달의 ‘인간의 그늘에서’가 경합을 벌이다 사이드 교수 저서로 낙점을 받았습니다. 9·11 테러를 보는 미국 지식인사회의 다른 목소리를 발빠르게 묶은 출판사의 기획력이 돋보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당대비평과 평화네트워크가 공동기획한 ‘전쟁과 평화’(삼인)도 관심있는 독자들은 함께 읽어볼만 합니다.

미처 싣지 못한 책 중에서 가장 아까운 것은 임어당(린위탕)의 ‘베이징이야기’(이산)였습니다. 수필가 정치인 대학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있는 중국 최고의 지성이 40여년전 고도 베이징의 이모저모를 화려한 사진을 담아 펴 낸 책입니다. 최근 중국 열풍과 맞물려 중국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동문선) ‘행복한 삶을 위한 실천지침’(21세기북스)은 사회적 성공이나 부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삶에서 진정한 행복찾기를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울산고 교사인 이충호씨가 지은 ‘장자와 워즈워드’(세손)는 동서양의 사상적 교류를 시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대중문화 비평서 2권도 선을 보였는데 PD출신 대학교수 주철환씨가 쓴 ‘나는 TV에서 너를 보았다’(현대문학북스)와 다큐멘터리 기획 연출가 임종태씨가 쓴 ‘스타메이커’가 그것입니다.

문학쪽에서는 독일작가 토마스만의 첫 장편소설이자 192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전2권·민음사)이 눈에 띕니다. 1960년 한 출판사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지만 곧 절판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웠었는데 이번에 다시 나와 반가웠습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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