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홍일점 女장군 英언론 등장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41분


마치 ‘부르카만 벗으면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해방된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서구 언론과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아프간 여성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간 유일의 여성 장군 수하일라 시디크(60)는 28일자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아프간의 우선 과제는 교육, 경제 회생, 국가재건”이라며 “그런데도 서구 페미니스트들은 부르카에 집착하고 있다”고 호통쳤다. 외과의사이기도 한 그는 카불에서 여성과 아동을 위한 병원도 운영해 아프간 젊은 여성 사이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

시디크 장군은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 훨씬 이전부터 부르카를 입었으며 탈레반이 물러간 지금도 대부분의 여성이 입고 있다”며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의 원흉이라는 서구 페미니스트들의 시각에 일침을 놓았다.

시디크 장군은 특히 에마 보니노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비난했다. 1997년 CNN방송 기자와 함께 카불 여성 환자들의 실태를 취재해 탈레반 정권에 여성을 더 혹독하게 탄압할 빌미를 줬다는 것. 또 미국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AFP 통신사 기자가 27일 한 국제 행사에서 만난 아프간 여성 사미에라 스하레스타니(20)도 “탈레반이 물러난 뒤 여성들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환상은 없다”며 “부르카 문제보다는 여성의 교육과 의료수혜 기회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 중 문맹자가 94.4%에 이르며 여성 평균수명은 43세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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