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늘 생각하던 것 말하는 건데요, 뭘.”
27일 연세대 상경대학 지하120호 강의실 문 밖. 첫 외부 강연, 그것도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강의하는 소감이 어떠냐고 기자가 묻자 신세계 구학서(具學書·55·사진) 사장은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표정이었다.
앞 강의가 끝나고 오전 11시 구 사장은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는 경영학과 주인기 교수의 ‘기업윤리’ 과목에 외부강사로 초청돼 1시간 동안 130여명의 학부생들에게 ‘윤리 경영론’을 이야기했다.
“세계화라는 것을 무작정 해외각국에 많이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는 것으로 이해했다면 외환위기는 안 왔을지도 모릅니다.”
구 사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는 것이 윤리경영이라며 말머리를 열었다. 윤리경영을 하지 않아서, 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아서 오히려 추가비용이 들고 기업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설명.
“일본에서 근무할 때 세무조사를 나온 공무원이 커피 한잔 마시지를 않아요. 조사가 다 끝난 후에 5000엔 한도내에서 한끼 식사를 해도 좋다고 청장에게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아직도 ‘접대비’에 포함되는 것이 ‘다양’하고 액수도 크죠.”
구 사장은 “인건비가 88년부터 10년간 4.2배 증가했고 각종 복리후생비 접대비 선물 등 내외부 비용도 줄지 않았는데 제조업 평균 경상이익률이 2%를 유지했다”며 분식회계가 일반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이익률 수치를 먼저 정해놓고 회계수치를 끼워 맞추는 일도 많았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윤리적’으로 경영해서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고 우려합니다. 윤리경영은 오히려 수익을 더 내기 위해 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날 강의를 들은 경영학과 3학년 김경수씨는 “현직 경영자인 외부강사들의 강의를 들어보면 ‘원칙 있는 경영’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다”며 “개별 경영자나 개별 기업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전체적으로 경영하기 좋은 인프라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에서 일했고 96년 신세계로 옮겨 9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中 성공비결은 동반자의식"…LG전자 노용악 부회장▼
LG전자의 ‘중국 성공신화’를 일궈낸 ‘야전 사령관’인 노용악(盧庸岳·사진) 부회장이 28일 서울대 경영대의 국제경영학 수업에서 중국사업 특강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노 부회장은 이날 강연에서‘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 등 중국사업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또 ‘중국과 중국사람’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상황을 설명을 곁들여 가며 세세히 소개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중국 진출을 바라는 학생들을 위해 실패를 줄이고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노용악의 중국사업 성공 10계명’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그가 소개한 10계명에는 ‘중국을 이해하고 몸으로 느껴라’ ‘제대로 된 제품으로 승부하라’‘소비자 반응을 중시하라’가 포함됐다.
또 철저히 중국 현지화하고 사람관계를 중시하고 믿음을 쌓으며 중국 정부와 성(省)정부의 정책을 잘 파악하라는 메시지도 담았다. 이 밖에 △명확한 목표와 실천 전략 전술을 세울 것 △솔선수범으로 직원을 통솔할 것 △한발 앞서 생각하고 움직일 것 △중국을 동반자로 인식할 것 등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실천사항으로 꼽혔다.
노 부회장은 65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출·마케팅 분야를 맡았으며 81년에는 미국판매법인의 초대 법인장을 지내는 등 전형적인 ‘영업통’ 전문경영인. 그는 95년 중국지주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LG전자의 중국진출을 진두지휘해오고 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