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1만 달러와 사흘 밤을 ‘거래’하기로 계약한다.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함께 지내지만 키스와 섹스는 금지돼 있다.
영화 ‘센터 오브 월드’(The Center of the World)는 이 ‘계약’ 뒤 시시각각 변화하는 두 사람의 심리 묘사를 통해 현대인의 메마른 사랑을 그렸다.
‘조이럭 클럽’ ‘스모크’ 등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세계를 보여온 웨인 왕 감독이 연출했다. 왕 감독이 우연하게 방문한 스트립 바에서 받은 충격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초반 선정적인 스트립 바 장면과 호텔의 한 스위트 룸에서 육체에 몰두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이 작품이 웨인 왕의 영화가 맞나”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작품속에서 노출과 자극적 묘사는 계속되나 더 이상 에로틱해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관심은 성(性)을 통해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냐에 있다. 컴퓨터를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온 리처드는 플로렌스에게 정말 사랑을 느끼면서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되는 것.
“흥분한 척 한거야? 진짜로 한거야.”
리처드의 새로운 요구에 플로렌스는 “그건 환상일 뿐야. 문제는 돈이야. 넌 가졌고, 난 없다. …. 진짜를 보여줄까”라며 자위를 한다.
웨인 왕은 몰래 카메라처럼 스위트 룸에 있는 두 남녀의 신경전, 감정의 변주를 섬세하게 다뤘다. 섹스 장면도 과장하거나 환상적이지 않고 관찰하듯 사실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4월 미국 개봉때 NC-17(17세 미만 관람불가)등급을 받았으나 제작사는 그 결정을 무시한 채 상영했다. 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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