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양동근 파마’를 알 리 없을 테고, 당연히 이 말은 원문에는 없으나 번역 과정에서 우리 감각에 맞게 붙인 말입니다. 그럼 원문은 뭐였냐고요? “‘Welcome back Cutter’-hair cut(‘웰컴 백 커터’ 머리냐?)” 랍니다. ‘Welcome back Cutter’는 1970년대 인기를 끈 미국의 TV 프로그램 제목이라는군요.
코미디 영화는 특히 직역보다 의역과 창작이 더 많이 필요한데요, 농담 못지않게 번역가들이 고민하는 것이 욕설의 번역입니다.
영화에 따라서는 입에 담기 힘들만큼 심한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자막에서는 이런 욕을 보기 힘들죠. 글자수의 제약이 심해 욕은 생략되거나, 언어 순화차원에서 다듬는 경우가 많지요. 무엇보다 심의 과정에서 심한 욕은 걸러집니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욕인 ‘F**k’이나 ‘F**king’의 경우 (무슨 욕인지 다들 아시죠? ^^) ‘빌어먹을’ ‘쨔사’ ‘개같은’ 정도로 번역됩니다. 이보다 더 심한 욕들은 ‘개XX’ ‘X같은’ ‘X할’ 처럼 자막에서도 ‘X’를 넣어 처리하지요.
하지만 욕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골치거립니다. 매번 똑같이 ‘열여덟’류의 욕만 되풀이 해 쓸 수 없는데다, 자막을 온통 ‘X’로 뒤덮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번역가들은 ‘신종 욕설’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나쁜 쉐이’ ‘십쉐이’ 등이 그렇습니다. 이 말은 몇년전 개봉된 프랑스 코미디 영화 ‘파파라치’의 번역 때 쓰인 말이죠. 당시 번역자인 조철현씨는 ‘x’를 넣지 않고 쓸 수 있는 애교있는(?) 욕을 궁리끝에 기존 욕을 약간 변형해 만들어 냈다는군요.이밖에 ‘F**k’을 ‘뻐꾹’으로 표기한다거나 ‘C8’, ‘씀새’ 등도 번역자들의 고뇌의 산물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실감나죠? 그나저나 오늘은 본의 아니게 심한 욕을 많이 했네요. --;;
참! 그럼 이 글 앞에도 ‘15세 이상’ 표시를 해야하는 건가요? ^^;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