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씨 "수지김사건 책임통감"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4시 44분


수지 김 피살사건 은폐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 부장검사)는 1987년 이 사건 발생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이던 장세동씨를 11일 오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 전 부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경 변호인 및 수행원과 함께 검찰에 자진출두하면서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일은 밑에서 하는 것이고 책임은 위에서 지는 것이다. 내가 책임지겠다” 고 말했다.

장 전 부장은 이에 앞서 서울지검 기자실로 보낸 ‘김옥분(수지 김)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라는 자료를 통해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한 조직에서 일어난 일의 최종 책임은 조직의 장에게 있으며, 수지 김 사건의 근원과 처리 과정이 어찌됐든 본인의 불찰” 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그 후 얼마 뒤 부장직을 떠남으로써 공정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에 대해 조직의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고 밝혔다.

검찰은 장 전 부장을 상대로 이 사건의 은폐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 사건은폐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해 수지 김 사건의 내사중단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작년 2월 김승일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과의 면담 이전에 사건내용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이 부분을 집중 조사중이다.

검찰은 사건발생 직후 안기부에서 작성된 수지 김씨의 남편 윤태식씨의 조서를 통해 안기부가 87년 1월26일 시체 발견 이전에 윤씨의 범행을 최종 확인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외무부가 주싱가포르 대사관에 윤씨의 기자회견을 열도록 지시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권모 외무부 아주국장을 조사할 방침이지만, 권씨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4일경 이 전 청장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키로 했으며, 87년 사건은폐 부분도 발표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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