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공세〓JP는 10일 대규모 항의단을 한나라당 당사로 보내 이 총재의 자민련 비난 발언에 항의토록 한데 이어 11일에는 본인이 직접 CBS방송에 출연, 작심한 듯이 이 총재를 깎아 내렸다.
JP는 먼저 이 총재가 자민련의 탄핵안 표결 불참을 ‘소아병적인 대응’으로 평가한 데 대해 “소아병이니 대아병이니 하는데, 이회창씨가 좀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JP는 또 ‘이 총재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론은 가변적이고, 때로는 뜻하지 않게 거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대법관까지 지낸 분이 예산안 처리기일을 넘기는 등 국회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이 총재는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JP는 이어 경북도지부 후원회 참석을 위해 대구에 내려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총재의 영남권 지지도에) 부침과 변화가 많을 것이다. 매일 죽음의 사자처럼 굳은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반면 대선후보 경선 참여 선언을 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에 대해서는 “대단한 파괴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여성에게 일찍이 없었던 기백이다. 환영한다. 이회창씨가 걱정할 대상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껏 치켜올렸다.
▽JP-이인제 화해 기류〓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JP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간의 관계는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고문은 10일 기독교방송 창사 47주년 기념 행사장에 도착해 마침 이곳을 떠나던 JP와 마주치자 비좁은 에스컬레이터를 황급히 바꿔 타고 쫓아가 “총재님”하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JP는 11일 CBS와의 회견 도중 ‘이 고문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이 고문의 큰 희망을 내가 알고 있다. 뜻이 달성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대응 자제〓이 총재 측은 공식 대응을 삼갔다. 속은 끓지만, 사사건건 대꾸하다 보면 공방이 벌어져 한나라당과의 전선을 확대하려는 JP의 의도에 말려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JP의 줄타기식 곡예정치와 정치적 과실만 챙기는 기생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탄핵 불사 운운하다가 돌아선 JP의 행동은 DJP야합 복원을 위한 수순 밟기이다”는 논평만 내고 추가 논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양측의 기류가 험악해지자 정치권에선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전면전이 앞당겨질 것 같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26일 충북의 기초단체장 2명과 도의원 10여명 등 200여명의 입당식을 갖고 자민련의 근거지인 충청권 공략을 본격화할 움직임이어서 자민련을 긴장시키고 있다.
<송인수·박성원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