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법전에는 나오지 않는 선거운동의 현실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불법 선거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금품 살포와 허위사실 유포 등을 통한 상대 후보 비방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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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개입이나 부정선거 등으로 당선 결과가 왜곡됐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금품 살포가 위험 수위에 이르러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대부분 선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왜곡, 과장돼 유포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므로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법정 최저형이 벌금 500만원 이상인 만큼 당선 무효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선고로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 의원은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같은 당 유성근(兪成根) 의원과 민주당 박용호(朴容琥) 의원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100만원 미만으로 벌금이 줄어든 4명을 포함한 모두 6명의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판결로 항소심까지의 판결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의원은 7월 유죄판결을 받은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의원과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 김호일(金浩一) 의원 등 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확정 판결을 받은 의원은 없으며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은 최종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의원직을 사퇴한 뒤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