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부(DOT)은 9·11 테러사건 이후 운송업주에게 이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DOT의 마약과 알코올 관련 정책은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90년 승합 자동차 법률이 시행되면서 운송업 종사자는 입사 전에 마약과 알코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는 물론 불시에 검사를 받기도 한다. 철저한 관리 덕택에 운송업 종사자가 마약류(알코올 포함) 검사에서 중독 혹은 양성반응을 보이는 비율은 미국 전체 평균인 6%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마약류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위해 예방 교육 외에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정책을 펴고 있다. 마약과 알코올의 남용으로 직장에서 사고율과 결근율, 이직률이 높고 관련 의료비가 증가하자 아예 채용시 건강검진을 실시할 때 마약 및 알코올 검사를 포함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확산되는 중독자
최근 국내 마약 중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1년부터 10년간 경찰청이 단속한 마약류 사범은 6만5226명. 이는 81년부터 10년간 단속 사범 2만916명보다 211.8% 증가한 것이다.
올 11월 현재 적발된 사람은 9148명으로 마약류 가운데 몸에 미치는 폐해가 가장 크다는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중독자가 78.4%(7173명)를 차지했다.
알코올 중독자도 한국적 관대한 음주문화의 그늘에 가려 드러나지 않지만 심각할 정도로 늘고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 전국 18세 이상 성인 3029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알코올 남용자로 분류된 사람이 19.5%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알코올 중독 체크리스트(AUDIT)로 검사한 결과다.
미국 노동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마약류를 사용한 사람은 모두 1480만명. 이중 18세 이상이 1230만명이며 18세 이상 마약 사용자 중 77% 인 940만명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자가 늘면서 기업의 생산성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마약관리국(NIDA)은 알코올 및 마약류 중독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을 연간 816억달러(약 106조)로 추정한다. 중독자는 일반인보다 조퇴율, 결근율, 지각률, 근무중 사고율 등이 2.2∼3.6배 높았다.
#확산을 막아라
각국 정부와 기업은 중독자의 입사를 ‘원천 봉쇄’하는 등 약물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수도관 배설 회사인 워너사는 최근 ‘약물이 없는 일터(Drug Free Workplace)’ 프로그램을 시행한 뒤로 연간 38만5000달러의 관련비용을 절감했다. 약물 중독자가 줄면서 작업 현장에서 사고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 이직자도 줄어 구인 광고비를 아낄 수 있었으며 숙련공이 늘어나 생산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
브라질의 리오그란데주는 유엔마약통제본부(UNDCP)와 함께 48개 직장에서 약물남용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통신호 체계를 활용, 녹색으로 분류된 근로자는 가족과 함께 예방 교육에 치중하고 붉은 색에 속한 근로자는 치료를 받는다. 리오그란데주 정부는 이같은 노력으로 해당기업의 평균 결근율과 사고율이 각각 14%, 35% 감소했으며 노동생산성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대책 필요
약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항공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약물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곳은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한다. 해괴한 이름의 각종 ‘폭탄주’에 걸핏하면 2, 3차로 이어지는 한국의 기형적인 음주문화가 ‘알코올 중독’의 문제에 둔감하도록 만든다는 것.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마약사용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자칫 방치하면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97년 말레이시아에서 UNDCP 주관으로 열린 ‘직장과 지역사회의 약물 남용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국내 30대 기업에 약물 남용 예방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이한덕 기획팀장은 “약물 중독자 확산일로에 있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예방의식은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약물 관리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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